위험수위 넘은 '증권가 정보지' 유통 실태
개인 공격 뜬 소문·가짜 대선株 등 난무
신뢰도 추락에 주식투자자 7년만에 감소
[아시아경제 김도엽 기자] 정부가 주가조작 세력 척결의지를 확고하게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증권가에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하게 수집, 왜곡된 정보지로 인한 투자 구제는 요원한 상황이다.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면죄부를 등에 업고 투자자를 유혹하는 정보지가 범람하고 있는 것.
실제 증권가 정보지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많아 주가에 허위 정보로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소문에 민감한 증권업계에서 기업 이미지는 물론 주가까지 좌지우지할 때도 있다.
정보지는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테마주’ 사건도 해결에 8개월이 걸렸다.
사건의 발단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2011년 6월 여성복 업체 ‘대현’의 대표이사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대현의 주가는 그 해 6월 1200원대에서 두 달만에 4200원대까지 치솟아 3배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대현 주식 투자자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고, 유포자가 불구속 기소된 지난해 2월 주가가 1600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기업 임원이 그룹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는 내용이 정보지에 담겨 재계를 놀라게 했다. 그룹뿐 아니라 국내 경제의 방향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내용이 그대로 전해졌지만 해당 그룹이 기자간담회가 없었다며 사실을 부인해 논란이 일단락됐다.
이 밖에 정보지로 인한 명예훼손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사채설에 시달리던 고 최진실 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지난 2011년 유정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내연설을 퍼뜨린 유포자들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최근에는 가수 아이유 측이 정보지를 통해 결혼설이 나돌자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증권업 종사자들의 사적인 루머들도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증권사 직원들 간의 열애설이 퍼져 해당 증권사는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허위 정보의 유포는 정보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보지는 증권사 직원들이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처음 만들었고 그 후 정부기업의 정보 담당자들과 기자들로 범위가 확대됐다”며 “최근에는 정보지를 만드는 전문 업체까지 생겨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행하고서는 일반인들도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 그야말로 만인의, 만인에 의한 정보지가 되면서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의 '2012년도 주식투자 인구 및 주식보유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식 투자자는 501만명으로 2011년 528만명에 비해 5.1% 줄었다. 지난 2005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7년 만에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 손상오(가명·36)씨는 “증권가 정보지 내용을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며 “투자 초반 수익이 나 금액을 높였지만 머지않아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정보로 인해 투자금을 거의 날리다시피 했고, 현재는 주식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7월19일 아시아경제팍스TV '취재토크 금기'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 홈페이지 (www.paxtv.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도엽 기자 k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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