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모르는 번호에 가슴이 덜컥‥'스마트폰 노이로제'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미싱' 등 각종 사기 수법이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감독 당국ㆍ경찰 등이 규제를 강화해 막겠다고 나섰지만, 범죄 수법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법과 제도가 미처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갈수록 첨단화ㆍ지능화되는 스마트폰 사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문자나 전화는 아예 확인하지도 받지도 않는 등 '스마트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지난달 20일 서울에 사는 A씨는 "동생이 납치됐으니 돈을 보내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생각에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상대방은 오히려 이씨를 야단치며 "못 믿겠으면 동생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방금 전의 '납치범'이 전화를 받았다. "큰일 났다" 싶었던 이씨는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해 겨우 동생과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범인들은 동생의 개인정보를 해킹, 통신사에 착신전화서비스를 가입해 동생에게 오는 전화를 자신들의 대포폰으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단순한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이 아닌 개인정보 해킹과 통신사의 서비스까지 이용된 최첨단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사기꾼들은 또 정부의 보이스피싱 방지책도 농락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300만원 이상이 이체된 계좌는 10분 후에야 돈을 찾을 수 있도록 했지만, 사기꾼들은 3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여러개의 대포통장으로 이체해 출금하는 방식으로 범죄수법을 '발전'시켰다. 또 대포통장이 아니라 보석상이나 모바일 상품권 판매업체의 정상계좌에 거래대금으로 송금하고, 보석 등 실물을 받아 다시 현금화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숙박업체에 장기투숙 예약을 해놓고 피해자의 계좌에서 숙박업소로 돈을 이체하도록 한 뒤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받아 돈을 가로채는 사건도 있었다.


이같은 보이스피싱ㆍ스미싱 등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의 경우 2010년 5455건 553억원이었던 피해가 2011년 8244건 1019억원, 2012년 9월말 현재 4405건 476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들어서야 집계가 시작된 스미싱의 경우 올해 1월 8197건 6억7000여만원 2월 4723건 3억3000만원, 3월 1095건 766만여원, 4월 2595건 1억6000여만원, 5월 1326건 9200여만원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스미싱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폭증하다 통신사 등이 나서 이용자 보호 대책을 세우자 감소 추세지만 피해 구제가 까다롭고 진화된 수법ㆍ개인정보 유출 또는 도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노이로제'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40)씨는 얼마 전부터 아는 번호가 아니면 스마트폰에 걸려 온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확인하지 않는다. 옆자리 직장 동료가 소액결제됐다는 문자를 무심코 확인했다가 거액을 날리는 것을 본 김씨는 안 그래도 보이스피싱 등을 우려하던 차에 아예 모르는 번호가 찍힌 문자나 전화는 확인하지도 받지도 않기로 결심했다. 가끔 전화번호가 바뀐 친구나 업무차 온 전화를 못 받을 때도 있지만 사기 당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이모(39)씨는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스미싱과 스팸전화를 방지해준다는 '앱'을 설치했다. 앱을 통해 사용자들이 스팸이라고 신고하거나 의심되는 전화번호는 일단 걸러지게 돼 스미싱ㆍ보이스피싱에 대한 걱정을 한숨 덜게 됐다. 이씨는 생각난 김에 어머니ㆍ아버지는 물론 남편과 애들까지 모조리 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씨는 "요즘은 하도 스미싱, 보이스피싱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모르는 전화만 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며 "급속히 발달한 문명의 이기가 나쁜 쪽으로 이용되지만 제도와 사람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