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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고장으로 날린 데이터, 책임은 누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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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멘붕'인데, 제조사들은 뒷짐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스마트폰이 고장나는 바람에 날아간 내 소중한 정보들, 누가 복구ㆍ보상해 주나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있다. 그러나 제조상 결함 등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가 상실됐을 때 원상 복구 및 피해 보상 등에 대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제조사 측은 "백업 등 관리를 소홀히 한 고객이 문제"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주민 A씨와 한 휴대폰 제조업체 사이에 벌어진 분쟁이 좋은 사례다. A씨는 지난 2월 스마트폰이 갑자기 배터리 과열로 인해 녹아 내리는 사고를 당했다. 당장 전화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심각한 것은 스마트폰 속에 담겨 있는 6000개가 넘는 고객 전화번호를 비롯해 가족들과 찍은 사진, 일정, 메모 등 데이터가 사라진 것이다. 즉시 사무실 근처 제조사의 AS센터에 스마트폰을 맡겼지만 "고치더라도 데이터는 살릴 수 없다"는 통보가 왔다. 항의했지만 50만원을 주면 복구해주는 사설 업체를 소개해주겠다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A씨는 지난 4월 이 회사를 상대로 제품 결함으로 인해 소중한 데이터를 상실한 만큼 피해를 보상해달라며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제조사 측에 스마트폰의 결함으로 데이터를 잃어버린 모든 소비자들에게 데이터 복구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결함ㆍ고장으로 인해 데이터를 손상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약관ㆍ분쟁해결 기준 등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제조사들의 책임지는 자세도 미흡한 게 현실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팬텍, LG전자 등 국내 주요 스마트폰제조사들은 약관ㆍ분쟁해결기준에 AS 도중 실수로 인한 데이터 상실은 복구 및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고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도중 고장 등으로 인해 발생한 데이터 손실에 대해서 보상해주지 않고 있다. 특히 제조사들은 AS를 별도 계열사 및 외주에 맡기면서 '기술 보호' 등을 이유로 메모리 복구 기술 등을 제공해주지 않아 일선 AS센터에선 원인과 관계없이 상실된 데이터를 복구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고객들이 클라우딩서비스를 이용해 평소 데이터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등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고장나 상실된 데이터를 보상해주는 기준은 없다"며 "Kies시스템을 이용해 고객이 자동동기화를 통해 스스로 잘 알아서 관리하면 데이터를 잃어버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팬텍 관계자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다가 고장나서 데이터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일은 요즘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클라우딩서비스를 통해 주요 기록이나 데이터를 따로 보관하도록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이나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맞아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용법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태도라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성현씨는 "우리 세대만 해도 대학 때까지 인터넷을 몰랐던 시대라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하기만 하는 형편"이라며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고객더러 알아서 하라는 제조사들의 자세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도 "품질 보증 기간 내인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백업ㆍ관리를 잘했는 지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결함에 의한 데이터 상실이라면 제조사에게 어느 정도 손해 배상 책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국내 제조사들이 1차적으로 소비자에게 데이터 관리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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