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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원칙'의 벽에 막힌 개성공단 실무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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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원칙'의 벽에 막힌 개성공단 실무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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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오늘 회담이 잘 돼서 공업지구 정상화에 큰 기여를 한다면 (지금) 내리는 비가 공업지구의 미래를 축복하는 비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한철 장(한철에만 반짝 열리는 시장)이 될 수도 있다"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맡은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의 발언은 그의 표정만큼이나 굳어있었다. 15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3차 회담 첫 회의장에서다. 앞선 1, 2차 회담 때와는 달리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비가 많이 오고 있다"며 단순한 인사말을 건넸다가 갑자기 뼈 있는 답을 들은 우리측 김기웅 수석대표는 곧바로 맞불을 놨다. 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자리를 정리하자"는 박 부총국장의 말을 자르고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상황이 여러모로 쉽지는 않지만 믿음을 갖고 남북 대표가 분발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팽팽한 기 싸움으로 시작된 이날 회담은 결국 '한철 장'으로 끝났다. 우리측은 10일 2차 회담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한 '가동 중단 사태 재발방지책 마련' '국제화' 등에 집중했지만 북측이 이에 호응해 오지 않으면서 무위에 그쳤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하자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우리측의 선(先) 재발방지 후(後) 재가동 입장에 대해 '공단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느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공은 다시 17일 있을 4차 회담으로 넘어갔다. 남북 양측이 '재가동 조건'에 대한 기본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라 회담이 4차 이상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우리측이 먼저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부로서는 적당히 타협하며 지금껏 지켜온 원칙을 저버릴 순 없는 상황이다. 남북은 지금 어렵게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한철 장'으로 날려버릴지,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정상화' 발판으로 삼을지 기로에 놓였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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