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하투(夏鬪ㆍ여름 투쟁)를 둘러싼 국내 완성차업계 두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취임 후 첫 부분파업이라는 위기에서 기본급 동결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반면,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역대 최대 생산차질을 입은 데 이어 올해도 이에 육박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16일 한국GM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4일 첫 부분파업(6시간)에 돌입한 이후 5일 10시간, 9일 10시간, 10일 8시간, 11일 10시간, 12일 8시간, 15일 10시간, 16일 12시간 등 이날까지 총 8차에 걸쳐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는 1만5000대로 추산된다. 한국GM 노조는 앞으로도 하투의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전년을 뛰어넘는 진통이 예상된다.
호샤 사장으로선 2년차 임금 협상을 무사히 넘겨야 하는 시험대에 선 상태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한국GM은 사상 최대 규모인 4만8000여대의 생산차질을 기록했다. 특히 호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내수 부진 등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GM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40만149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내수 판매(6만5203대)는 전년 동기에 비해 8.8% 감소했다.
올해 임금 협상안을 둘러싼 노사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13만498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300%+600만원의 성과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 12일 22차 교섭을 기준으로 기본급 5만6794원 인상, 성과급 200만원 및 격려금 200만원의 안을 제시했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사 간극이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르노삼성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키로 하며 올해 부분파업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 지었다. 임단협을 마무리한 르노삼성은 신모델을 앞세워 하반기 공격적인 판매활동에 시동을 건다는 목표다.
이는 판매가 반토막 난 회사의 현 상황과 명확한 미래 비전에 대한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판매는 전년동월대비 22.6% 감소한 9572대에 그쳐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최하위의 실적을 나타냈다.
경영진의 관심도 빠른 하투 마무리에 영향을 줬다.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부산공장을 직접 찾아 노조 설득에 나서는 등 임단협 기간 내내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노조는 기본급 동결은 물론 ▲경영정상화까지 명절 및 기념일 선물 지급 유보 ▲고통분담을 위한 개인 연차 18일 사용 등 고통분담을 결정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이번 협상을 통해 고용과 우리의 미래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오늘의 결정이 후회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을 같이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소회를 덧붙였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회사의 현재 상황과 명확한 미래비전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극적으로 이끌어 낸 결과"라며 "노사 양측이 모든 협상절차를 마무리하고 그 동안 차질을 빚었던 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총 6차례에 걸쳐 총 46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출시된 SM5 TCE는 1200여대의 계약 실적에도 불구, 출고가 360여대에 그쳤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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