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 40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금융권은 약 7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감원은 채권은행들이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1802개사 중 584개사를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40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36개에 비해 4개 기업이 늘었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은 27개사, 퇴출 대상인 D등급은 13개사로 집계됐다. 건설사가 20곳으로 가장 많고 조선ㆍ해운사가 3곳으로 뒤를 이었으며, 철강ㆍ석화 기업이 2곳, 기타 기업이 15곳을 차지했다.
다음은 김진수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과의 일문일답.
-매년 워크아웃 기업이 20~30개 수준으로 계속 나온다. 기존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의 현황은 어떤가.
▲D등급 업체로 선정되면 여신이 완전히 중지되고 회생절차를 밟는다. 관리 주체는 법원이다. 워크아웃 대상 업체는 분기별로 이행실태를 보고받아 체크한다. 금융기관들이 어느 정도 손실을 부담해서 기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지, MOU를 정상 이행하는지 본다. 물론 해당 업계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워크아웃에 실패한 뒤 회생절차로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이미 기업이 슬림화가 돼 있기 때문에 시장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체별로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기밀과 투자자를 보호하는 측면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몇 개 업체가 C, D등급을 받았나
▲2011년에는 C등급이 8개, D등급이 24개 기업이었으며 지난해의 경우 C등급이 15개, D등급이 21개였다.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하셨는데 추가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통상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되면 금융권은 담보채권은 20%, 무담보채권은 50% 충당금을 쌓게 돼 있다. D등급 기업으로 선정되면 담보채권은 20%, 무담보채권은 100%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 원칙에 따라 추정했을 때 현재 쌓은 충당금과 차액이 은행권의 경우 5331억원으로 추정됐다. 물론 일시적으로 금융권의 당기순이익 감소 효과가 있겠지만, 워크아웃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손실 발생하지만 방치했다 결국 디폴트 발생했을 때 구조조정을 하면 부실이 더 확대되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점검, 발굴하는 것이다.
대신 해당 기업은 그에 맞는 유상증자라든지 비용절감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자금관리단이 무분별한 차입과 투자행위를 통제할 것이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 진행해 장기적으로 큰 손실 예방하겠다.
-왜 작년에 비해 구조조정 대상업체가 늘었나? 건설·조선·해운에 집중된 이유는?
▲지난해에 힘들었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철강과 시멘트의 경우 건설과 조선업체 후방산업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조선과 해운, 건설업종은 구조조정을 많이 했지만 세계경기 흐름에 따라 여전히 부실이 발생했다. 다만 건설업체 중 시공사는 없었다.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난 것은 강도높게 기업을 선정할 것을 금감원이 주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여러 부동산 경기대책 건설업지원대책이 나오고, 조선해운도 내년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종 구조조정 대상 업체는 모두 시행사인가?
▲20곳 모두 시행사다.
-B등급 업체는 얼마나 되나?
▲일시적 유동성이 어려운 업체인 B등급은 각 은행이 평가해서 갖고있고, 금감원이 따로 취합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세부평가대상업체들은 대부분 B등급이라고 보면 된다. 1802개 대기업 중 이미 구조조정하는 업체나 자율협약, 법정관리 업체는 뺐고 공공기관, 금융사는 빠졌다. 이 업체를 대상으로 3년 연속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거나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업체 등을 따져보기 때문에 대부분 B등급.
-B등급 기업의 경우에도 충당금을 쌓는데, 금융권 충당금 규모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B등급의 경우 법정 충당금 적립비율이 7%다. 이미 미래현금흐름 기준에 따라 충당금 적립이 돼 있다.
-전체적으로 구조조정 숫자는 늘었지만 D등급 숫자는 줄어든 이유는
▲구조조정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9년부터 집중적으로 구조조정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대상업체 숫자 자체가 줄어든 상황.
그렇지만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찾아서 미리 정상화를 모색하자는 차원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업체수는 늘어났지만, D등급은 많이 안 나왔다. 금감원이 가급적 경기회복을 진작시키고, 기업을 살리는 금융으로 가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다.
-금감원이 최종발표 하기 전 은행들이 사전에 평가한 결과는 어느정도 수준이었나
▲은행은 주채권, 부채권은행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컨트롤타워가 없이 은행에만 맡기면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 은행은 대부분 관대화하는 경향.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도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당장 담당라인이 올해에 손실인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급적 평가를 완화한다.
우리는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신평사 채널, 시장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은행들에게 업체에 내재된 리스크를 설명해 준다. 최종적인 평가 주체는 은행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요인을 알려줬는데도 무시했다 부실이 확대되면 은행이 책임이 있다. 은행들이 관대하게 기업을 평가했다 마지막 순간에 채권단 75% 이상 동의요건 등을 만족시키기 위해 금감원에게 지원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기업들도 자기들의 위험을 숨긴다. 2금융권에서 고금리 자금을 조달하거나 아직 신평사에 등급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 회사채나 CP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베팅성 사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미리 지도하고 체크하는 것이다.
-일반 대기업 중에는 어떤 업종이 구조조정 대상인가?
▲골프장·리조트 업종이 7개, 태양광 업체가 2개다. 나머지는 개별 제조업체로 다양하다.
-여신이 2000억원 넘는 업체는 몇 개나 되나
▲6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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