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라면을 끓여 먹는 라면 마니아 박성민(남ㆍ34)씨는 퇴근 후 오뚜기 진라면 대신 참깨라면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항상 먹어오던 진라면이지만 최근 참깨라면이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한 번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박 씨는 "어릴 적부터 먹어오던 익숙한 맛이 좋아서 다른 라면을 사먹지 않았는데 참깨라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요즘 인기라는 소문을 듣고 사게 됐다"고 말했다.
라면업계에서 만년 2등을 차지하던 제품들이 1등을 넘보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신장률은 물론 1등 제품 매출을 뛰어 넘기도 하는 등 좀처럼 변하지 않는 제품 순위변동까지 나올 정도다.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여름에 라면 매출이 호조를 보이며 전체 시장 규모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 진라면은 올해 2분기 전년대비 40% 성장했지만 참깨라면은 같은 기간 200% 신장률을 기록했다. 1994년 첫 출시이후 이 같은 신장세는 처음이다. 참깨라면은 용기면만 있던 제품을 지난해 7월 봉지면으로 제품군을 늘리면서 더욱 가파른 성장을 했다.
농심도 만년 1위 신라면보다 '짜파구리'의 인기로 짜파게티와 너구리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매출이 가장 높은 제품은 신라면이지만 최근 매출 신장률은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더 높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 3~5월 동안 출고량 기준으로 짜파게티가 58.1%, 너구리는 29.2%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신라면은 1%대였다.
농심 관계자는 "매출 순위로 보면 신라면이 부동의 1등"이라며 "금액도 월별로 100억원 이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만 짜파구리 같은 소비자 참여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1위였던 팔도의 왕뚜껑이 올 상반기에는 2위 팔도비빔면에 역전을 당했다. 계절면이라는 특성 때문에 여름철이면 비빔면 시장이 성장하지만 본격적인 성수기인 7~8월이 오기 전부터 이미 비빔면의 매출이 왕뚜껑을 추월한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 비빔면은 200억원, 왕뚜껑은 1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팔도 관계자는 "왕뚜껑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매출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비빔면은 4~6월 사이 특히 잘 팔리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33% 이상 신장했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 또한 2등 제품의 판매 증가가 눈에 띈다. 삼양식품의 간판 제품은 삼양라면이지만 최근 지난해 4월 선보인 불닭볶음면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경우 삼양라면 매출액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불닭볶음면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하얀 국물 시장이 막이 내리면서 2등 제품이었던 나가사끼 짬뽕은 사실상 퇴조했다"며 "매콤한 매운맛이 다시 유행을 선도하면서 최근 불닭볶음면의 상승세가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제품이 나오고, 대형마트에서 시식행사 등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제품 판매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등 제품이 잘 팔리기 시작하면서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도 시작됐다"며 "2등 제품의 판매 증가는 업계 점유율에 영향을 주는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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