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유로존 구제금융 공포가 재점화됐다. 구제금융을 받고 긴축재정에 돌입한 포르투갈과 그리스에서 과도한 공공지출 삭감에 반발이 나오자 정국 혼란 우려로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수익률이 치솟는 등 재정 위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6.45%에서 장중 한 때 8.02%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7월27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후 다소 하락하며 7.34%로 장을 마감했지만,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르투갈의 주요 주가지수인 PSI 20은 5.3% 급락했다.
이탈리아의 국채시장은 비교적 조용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0.014%포인트 오른 4.74%, 그리스 10년물도 0.034%포인트 뛴 11.1%까지 치솟았다.
포르투갈의 위기는 긴축정책을 주도해온 비토르 가스파르 재무장관이 사임한 데 이어 후임 장관 임명을 둘러싼 이견으로 파울루 포르타스 외무장관이 2일 밤 사퇴를 선언하면서 고조됐다.
포르타스 장관이 이끄는 우파국민당(CDS-PP)이 연립정부에서 이탈하면 코엘류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연립정부는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코엘류 총리는 정국불안에 재정 위기론까지 돌출되자 총리직에서 물러날 의사가없음을 거듭 강조하며 사태 수습에 힘을 쏟고 있다.
코엘류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청년실업해소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번난관을 극복할 자신이 있다. 내부의 위기는 아주 신속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밝혔다.
국민당의 루이스 퀘이로 원내대표는 이날 "추가로 우리 당 소속 장관들이 사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그는 "우리는 가능한 한 조속히 페드로 파소스 코엘류 총리와 만나 독자 생존이 가능한 연정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2011년 78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회복 성과는 부진하고 긴축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높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무원 5만명을 구조조정하고 공무원 연금을 20% 삭감했지만 실업률이 17.5%에 이르는 등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2008년 2분기의 91.6%에 머물러 금융위기 이전 수준과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로존 위기 재발을 우려가 고조되자 포르투갈 정치권을 향해 정쟁 해소를 촉구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포르투갈의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국가 재정안정성까지 위협하는 정국 불안이 신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간 최후의 결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문 근로자 감축 약속을 지키지 못한 가운데 추가 부채탕감을 희망하고 있다.
코스티스 해치다키스 그리스 개발장관은 이날 독일 ‘디 벨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채권단의 추가 손실탕감에 대해 “우리는 유럽 파트너 국가들이 연대의 상징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문 근로자 1만5000명에 대해 비자발적 전직을 포함한 인력 유연화 계획에 작년 연말까지 서명하는 데 실패한 상태다. 그러나 오는 8일로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제금융 추가 자금 집행문제가 처리될 수 있도록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그리스 정부의 행보에 대해 최대 분담국인 독일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쉐트도이체 짜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대한 두 번째 부채 탕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그리스를 방문하는 구이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도 “독일은 그리스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지를 알기 원한다”며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해 채권단과 약속했던 경제 구조개혁과 재정 긴축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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