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금융당국이 도입하려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두고 우려섞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맞냐는 질책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채권포럼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대한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일시적 대안일 뿐, 장기적 안목의 정책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 등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증권사들조차 신속인수제에 반대 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 때 주관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행사와는 공생 관계나 다름없다. 그만큼 신속인수제 도입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신속인수제는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논리와 동떨어진 정책이다. 회사의 부실경영으로 생긴 자금경색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는 게 신속인수제다.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일부 기업, 일부 업종만 해당된다. 자연스례 특혜 논란과 WTO 보조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지난 2001년 도입했다가 1년 만에 허겁지겁 중단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지금은 2001년 만큼 채권 시장이 위기인 것도 아니다. 당시는 아예 채권 거래가 마비돼 대부분 기업이 회사채 차환을 앞두고 허덕이고 있었다. 한 대형 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회사채가 어렵다지만 좋은 회사채는 기관투자자가 서로 가져가려고 난리"라며 위기론에 고개를 저었다. 일례로 최근 대림산업은 채권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서도 회사채 전량 매각에 성공한 바 있다. 앓는 소리가 가장 심하게 나오는 건설 업종인데도 말이다.
금융당국은 올초 업계 실사 후 "생각만큼 회사채 위기가 크지 않아 대책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랬던 정부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12년 전 케케묵은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신속인수제를 실시한다면 어떤 방식을 취하든 막대한 세금이 투자될 수밖에 없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만이 대안"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는 이들과 거기에 부화뇌동해 경제 좀비를 만들겠다는 금융위원회 모두 공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