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백신 계약 실패에 야심작 '슈펙트'도 고전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대웅제약이 국내외 제약사의 유명 신약을 대신 판매하는 '도입 품목'에 발목이 잡혀 울상이다.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색하게 잇달아 난제가 터지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대웅제약이 국내 판권을 이전받아 독점 마케팅·영업에 나선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는 월평균 매출 2억원에 그치고 있다.
슈펙트는 아시아 최초의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로 향후 고가의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을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 신약이 될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본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달 초 글리벡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11개 제약사의 23개 품목의 제네릭(복제약)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국내 토종 신약인 슈펙트가 더욱 설 자리를 잃은 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 슈펙트를 병의원 등에 소개하는 단계로 국내 백혈병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데 비하면 시작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글리벡의 부작용 및 내성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경우 슈펙트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대웅제약의 효자제품으로 자리매김했던 일본 다이찌산코의 고혈압치료제 '올메텍'도 오는 9월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120여개 품목의 제네릭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올메텍은 지난 1분기 판매액 182억원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대웅제약 전체 매출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올메텍에 대한 의존성이 큰 만큼 경쟁약들이 시장에 나오면 대웅제약의 매출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젬백스앤카엘의 췌장암백신 'GV1001'의 임상시험 실패 소식도 악재로 다가왔다. 2010년 대웅제약는 GV1001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3상 시험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두 회사가 맺은 계약은 사실상 무산된 꼴이 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젬백스앤카엘과의 계약 파기가 회사의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지진 않았다"면서 "회사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개량신약 알비스가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우루사 해외시장 수출 확대 등으로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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