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북측 대표단 명단은 안 알려져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2년4개월 만의 공식 남북회담이 1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남북당국회담은 일정이 과거에 비해 짧다. 앞선 21차례의 남북장관급회담은 짧게는 2박3일에서 길게는 5박6일까지 진행됐다. 줄어든 일정에 비해 논의해야 할 의제는 광범위해 남북 대표단은 1박2일이 아닌 '무박2일'로 회의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회담 장소는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힐튼 호텔은 11일 회담장을 세팅하는 등 남북당국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 판문점 연락관이 대표단 명단을 보내오길 기다리면서 내부적으로 남북당국회담의 일정을 짜고 있다"며 우리측 분위기를 전했다.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 북측 대표단은 육로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게 된다. 1차 남북장관급회담 이후 북측 대표단이 주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한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북측 대표단이 출입사무소와 판문점 중 어디로 들어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엔트리 포인트(출입 지점)'에 진입한 북측 대표단은 우리측이 제공하는 차량으로 갈아타고 서울로 향할 예정이다.
북측 대표단은 그랜드힐튼 호텔에 도착해 우리측 대표단과 가볍게 상견례를 한 후 숙소에 짐을 푼다. 회의 직전 오찬이 있을 수도 있다. 통상적인 남북회담은 전체회의-수석대표·대표회의-합의서 타결·종결회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회담도 이 순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북측 대표단 규모가 30~50명 규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회담대표 5명, 수행원 5명을 비롯해 지원인원, 기자단 등이 포함된다.
◆산적한 의제...빡빡한 일정= 9~10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남북 대표단은 당국회담의 의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한 양측은 '합의문'이 아닌 '발표문'을 결과물로 내놨다. 이는 남북당국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재 북측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에 더해 6·15와 7·4 공동기념 행사까지 모든 의제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우리 정부는 3대 의제에 방점을 두고 의제별로 현실에 맞게 쉬운 것부터 해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남북이 첨예하게 입장 차를 보이는 탈북자 북송, 천안함·연평도 도발 문제가 회담에서 언급될 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미 합의된 의제 가운데서도 정부는 북측에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금강산관광 재개 조건으로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 간 갈등 조짐이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회의가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신중에 신중 = 청와대는 남북당국회담을 앞두고 회의 등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가운데 관련 부처에서 차분하게 대응하도록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이처럼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 회담이 갖는 중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이 수년간 경색돼온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핵심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발을 내딛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특히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다가 성과물은 없이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모멘텀을 상실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중심으로 회담 주무 부처인 통일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각종 회담 의제와 관련해 물밑 조율을 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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