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이 중단됐던 한빛(영광) 3호기의 재가동을 어제 승인했다. 발전량 100만㎾급 원전인 한빛 3호기의 재가동은 빠듯한 전력 수급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한빛 3호기가 오늘 오후부터 전력 공급에 들어가면 사흘 뒤인 13일 최대 출력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원안위의 재가동 승인이 졸속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지난해 정기점검에서 발견된 한빛 3호기의 '원자로 헤드 관통부 균열'에 대해서는 용접 보수를 이미 마쳤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8일부터 한빛 3호기를 재가동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8일까지도 한빛 3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하지 않았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가 문제가 된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로 재가동 결정을 미룬다는 것이 이날까지 원안위의 입장이었다. 하루 전인 7일 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원전 비리 재발 방지 대책의 하나로 모든 원전의 부품을 전수조사하기로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단 하루가 지난 뒤인 9일 원안위는 입장을 바꿔 한빛 3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그 과정은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원안위는 "한빛 3호기 부품 중 시험성적서 위조 확인 대상은 4개 품목 10개였는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 조사를 마쳤다"고 했다. 단 하루 만에 조사를 마쳤다면서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없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위조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한마디뿐이다. 전력 대란을 염려해 한빛 3호기의 조속한 재가동을 원한 정부 측 압력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원전 안전의 최후 보루인 원안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태다. '원전 부품 전수조사'를 내세운 정부의 원전 안전 관련 조치의 신뢰도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정부 들어 원안위가 차관급 기관으로 격하되면서 이전보다 더 정부의 요구에 순응하는 조직이 됐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불신의 대상'이 '안전'을 말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신뢰도 개선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제 발로 차 버린 꼴이 된 원안위의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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