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금융당국이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근거는 이 회장의 장기집권이다. 이 회장은 2001년 3월 부산은행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12년간 임원 생활을 했고 2006년 이후 7년간 부산은행 및 BS금융지주의 CEO를 지냈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이 BS금융지주 내 이장호 왕국을 만들어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과거 '신한사태'의 데자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부터 은행장 3기 연임과 부회장 2년, 지주회사 회장 3기 연임을 통해 총 19년 동안 임원의 자리를 지키며 업계의 '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은 1990년대 말부터 재일 동포 주주와 임직원, 지인 등의 명의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차명계좌 거래를 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 회장의 장기집권은 최근 금융권 물갈이와 맞물려 금융권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박근혜 정부 들어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신동규 농협지주 회장이 사퇴했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퇴진을 앞두고 있다. 지방 첫 지주사인 BS금융지주의 이 회장마저 물러나면 금융권 전반의 물갈이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지적하고 있는 이장호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은 자회사 CEO 추천, 사외이사 겸직 등 여러가지다. 금융당국은 또 이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로 9개월이 남았으나 현재 제대로 된 CEO 승계프로그램조차 없어 임기가 끝나더라도 또다시 연임을 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이번 종합 검사에서 BS금융지주는 사전 보고 없이 임직원을 겸직했고 부산은행은 직원의 차명계좌 운용, 고객신용정보 부당 조회 등이 적발돼 20여명이 정직, 감봉 등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BS금융지주 측은 원칙적으로 종합검사 결과와 관련해 회사의 건전성을 훼손할만한 큰 문제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이 이례적으로 강한 압박을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이 회장의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남은행 인수문제는 BS금융그룹 발전에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이 문제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남은행 인수 문제가 마무리되면 지주사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현재 금융당국에서 경남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 민영화 절차를 밟는 만큼 이 회장 임기 전에 경남은행 인수 문제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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