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강]
광주고 동문 13명 “좋은 일 해보자” 의기투합…조합 설립
독거노인 영정·장례 지원…다문화가정 결혼시키기 등 목표
“공동으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소외계층을 도우려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4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동구 수기동 제일오피스텔 한 사무실에는 중장년층 10여명이 탁자위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조합원 모두가 광주고등학교 동문으로 구성된 ‘한울 소상공인협동조합’이다.
‘한울’은 개인의 이익과 더불어 이들이 모여 발생한 이익금의 일정부분을 동구지역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을 도우기 위해 지난 3월13일 조합을 설립했다.
김영복(56·광주고 26회) 이사장을 주축으로 김형근(57·광주고 25회) 전무이사, 안종연(55·광주고 27회) 이사, 양승호(50·광주고 31회) 이사, 임삼수(50·광주고 31회) 감사, 선영준(49·광주고 32회) 사무국장 등 13명이 모두 광주고등학교 동문으로 구성됐다.
동문회 모임에서 자주 만나던 이들은 “친교도 좋지만 이왕이면 사회에 공헌하는 일도 하면 좋겠다”는 동문회원들의 뜻을 모아 조합을 이뤘다.
특이한 것은 일반적인 협동조합의 경우 한 가지 사업으로 운영되지만 ‘한울’은 조합원 모두가 각각 다른 사업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은 LED전구 사업, 김 전무는 심리상담, 안 이사는 종합출판, 양 이사는 MRO(소모성 자재), 임 감사는 사인몰 광고, 선 사무국장은 용역·물류 등 조합원 모두가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조합원들의 사업이 모두 연관돼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아파트를 예로 들어 일반 협동조합의 경우 장판이나 인테리어 등 한 가지 종목에만 집중한다면 ‘한울’은 설계부터 준공까지 모든 일이 결합된 협동조합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이 아닌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했을 경우 각자 맡은 분야의 매출에서 3%씩을 떼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애로사항은 있다. 자신들의 애로사항이 아닌 협동조합이라는 구조에 대한 아쉬움이다.
선 사무국장은 “크게는 정부, 작게는 광주시가 나서 협동조합 타운 등을 조성했으면 한다”며 “아무리 좋은 취지들로 만들었다지만 협동조합이라면 모여서 회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해주는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 장례서비스, 영정사진 찍어주기 등이다. 또 생활형편 때문에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을 위해 결혼식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복 이사장은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의식해 사진으로 우리의 활동을 알리는 것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협동조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선강 기자 skpark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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