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일본을 거쳐 미국과 한국으로 국채금리 상승 여파가 몰아쳐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라별로 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일본의 경우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어 벌어진 일인 반면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채권매입 정책 중단 우려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결정에도 미국ㆍ일본의 금리 상승에 놀란 해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매도로 금리가 상승했다.
10년물 미 재무부 채권 금리가 2.1%를 돌파한 이후 29일(현지시간)에는 장중 2.23%까지 상승했다. 장 마감 금리는 2.12%로 전일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증시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06.59포인트(0.69%) 떨어진 1만5302.80에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11.70포인트(0.70%) 낮아진 1648.36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21.37포인트(0.61%) 내려간 3467.52를 각각 기록했다.
미국의 영향으로 30일 일본 증시의 닛케이 225 지수는 장초반 3%까지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미 경제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FRB에서 양적완화 조기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상승 추세를 증시 상승의 걸림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국채금리 상승은 전반적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과거 경험이다. 이에 반박하는 대표적인 전문가가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로스는 미 경제 전문 채널 CNBC와 가진 회견에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달라졌다"며 채권금리 상승과 증시 하락을 연계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로스는 "2008년까지만 해도 채권과 주식 시장 중 어느 한 쪽이 상승하면 반대편은 하락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증시도 함께 강세를 보이고 금리가 내리면 증시도 동반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최근 증시에는 채권금리 상승이 호재다.
이런 주장은 금리 상승이 경제성장의 신호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자산운용의 앤드루 버클리 투자전략가의 생각도 비슷하다. 금리 상승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시장의 지나친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는 "채권 금리 상승이야말로 경제성장의 징후"라고 강조했다.
벨에어 투자자문의 개리 플램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최근의 금리 상승세가 시장 건전성에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미 재무부 채권 금리가 2.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점진적인 채권 금리 상승이 경제상황의 긍정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채권금리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지표가 발표돼도 크게 걱정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30일 미국의 올해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2.5%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4월 잠정 주택판매와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사안이다.
리처드번스타인투자자문의 창업자 리처드 번스타인은 "지표 호조로 채권금리가 상승해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여름에도 채권금리가 상승했지만 증시는 강세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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