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 출발부터 삐걱
-초기기업 투자할 VC 적고, 엔젤투자자로 지위 모호해 꺼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청이 '벤처ㆍ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의 후속조치로 내놓은 '이스라엘식 프로그램'을 두고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최초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했지만, 인큐베이팅 기관이 마땅치 않고 엔젤투자자들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
중기청이 19일 발표한 '글로벌 시장형 창업R&D 사업'은 성공한 벤처인을 중심으로 한 초기전문 벤처캐피탈(VC)과 엔젤투자자들이 추천한 창업팀을 정부가 선정하고 VC가 최대 1억원(15%), 정부가 5억원(85%)의 R&D자금을 지원해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벤처 자금투자 방식을 융자에서 투자 위주로 바꿔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 정부의 지원자금이 대출이 아닌 직접 지원 방식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스라엘의 기술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참고해 만들어진 이번 정책을 통해 중기청은 창업팀의 성공률을 현행 10% 이하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계획을 접한 엔젤투자ㆍVC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우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줄 VC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중기청은 카카오와 같이 성공한 벤처기업이 설립한 초기기업 대상 VC가 인큐베이팅을 도맡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VC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VC업계 관계자는 "창투사로서는 1억원을 투자하나 10억원을 투자하나 들이는 품은 똑같다"며 "창업기업에 투자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VC 내에 인큐베이터를 새로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인큐베이팅 전문 인력 등을 고용하고 조직을 갖추려면 적어도 5억원은 들여야 할 것"이라며 "정부 지원도 없는데 굳이 인큐베이터를 만들 VC는 손에 꼽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투자자로 언급되는 엔젤투자자들의 지위가 불확실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엔젤투자 모임인 엔젤투자클럽의 경우 법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향후 기업이 실패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중기청에서는 엔젤투자자들이 유한책임회사(LLC)를 구성해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를 바라는 눈치지만, 엔젤투자자들은 그렇게 되면 엔젤투자 특유의 자유로움이 침해된다며 꺼리고 있다. 엔젤투자 관계자는 "엔젤투자클럽이 실질적으로 초기 VC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중기청이 운영기관 자격을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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