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스마트폰 때문에 퇴근 후 개인적인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밥을 먹거나 아이들과 놀아주려 할때도 끊임없이 회사에서 업무 경과를 지시하는 메시지가 오다 보니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계속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게 되고 이제는 24시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어야 될 정도로 강박증까지 생겼습니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업무에 이용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이른바 '카카오톡 증후군'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업무 강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A과장(34세, 남)은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부서에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스마트폰 메신저 때문이다. 불과 1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순간에도 계속 스마트폰에 눈길을 준다.
전화를 하거나 답장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이지만 안볼 수가 없는 것이다. 메시지가 울리지 않을 때도 수시로 시선이 스마트폰에 머무른다. 같이 만나는 사람 입장서도 눈치가 보일 정도다.
영업일을 하는 B대리(30세, 여)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퇴근 후에도 그녀의 일은 계속된다. 부서에서 주요 전달사항을 카카오톡을 통해 서로 주고받자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업무 지시 정도만 주고받았는데 이제는 실시간으로 매출 현황을 보고한다. 자신하고 상관없는 메시지도 모두 봐야 한다. 지난 주말에는 상사한테 혼도 났다. 자신하고 관련 없는 메시지를 주고 받길래 안보고 있었는데 상사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3시간전에 자신이 지시한 일이 있었는데 왜 여태 안보고 있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수년전 스마트폰 업체 블랙베리 노조는 회사 관리자급의 메신저 업무 지시를 근무시간에만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블랙베리 노조는 퇴근 시간 이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는 명백한 추가 근무인 만큼 적절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회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퇴근 시간 이후 업무 지시를 금지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메신저가 일상화 되며 업무 강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치부하지만 해야 하는 사람 입장서는 수당도 못 받는 야근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회사 마다 이에 대한 규칙을 세우는 등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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