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뛰노라'고 노래한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에서 수수께끼와도 같았던 대목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부분이었다. 어린 시절 내게 이 말은 고도의 상징이며 은유적인 표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이 말이 사실은 어느 수학적 공리보다도 분명한 하나의 법칙이며 삶의 진실임을 믿게 됐다.
시인의 이 말은 예전에 베스트셀러가 됐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들려주는 얘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의 모든 삶의 진리는 사실 모두 유치원에서 가르쳤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나눠 써라. 정정당당하게 행동하고 놀아라. 균형 잡힌 삶을 살아라. 새로운 것을 눈여겨보아라.'
어쩌면 사람들의 삶이란 유치원에서 배운 이런 진리들을 점차 잊어버리고 포기하며 외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상실과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는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어떻게든 잊지 않으려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재작년엔가 무상급식 문제에 결연한 태도를 보여준 어느 정치인에게 '5세'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은 사실은 불명예가 아닌 더할 나위 없는 찬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5세'라는 별명을 선의로 해석해준다면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한 예수의 말처럼 그야말로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일 테니 말이다.
지난 주말 어린이날, 이 땅의 많은 어린이들은 매년 그런 것처럼 그 어느 날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이날 하루 자녀들에게 '봉사'하며 모처럼 어른으로서의 자기 몫을 다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지개'가 가르쳐 주고 있는 진실, 우리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운 유치원의 가르침을 생각한다면 어린이날은 실은 '어린이의 날'만은 아니다. 어린이를 속성으로 어른으로 키우려는 이 세태에서 무엇보다 어린이를 어린이로 남게 하는 날, 어린이가 되게 하는 날이어야 할 것이지만, 이날은 또한 '어른의 날'이어야 할 것이다. 어른들로 하여금 '아버지'인 어린이를 발견하는 날, 그럼으로써 진짜 어른이 되는 날이 돼야 할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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