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 '자본가들의 우드스탁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가 5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살고 있는 네브라스카주의 작은 도시 오마하는 수만명의 방문객으로 붐볐다. 이들에겐 올해 82세가 된 '오마하의 현인' 버핏의 깊이 있는 식견과 번뜩이는 통찰력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그래서 2박 3일 간의 행사기간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둘째 날 주총회장에서 열리는 버핏과의 질의응답 시간이다.
올해의 질의응답은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버핏이 '사나운 곰(bear)'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버핏은 헤지펀드 매니저 덕 카스를 패널로 초대한다고 발표했다.
카스는 미국에서 버핏의 저격수로 유명하다. 그는 실제로 버크셔 주식이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했다. 버크셔 주식이 하락할 11가지 근거를 발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의 호사가들은 버핏과 곰의 멋진 승부를 은근히 기대해왔다.
예상대로였다. 장장 5시간 질의응답 중에서 카스와 가진 대화가 단연 압권이었다. 그는 먼저 버크셔가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들이 아니라 좀더 안정적이고 수익 높은 사업에 주력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버크셔는 어느덧 보험, 에너지는 물론 아이스크림, 토마토 케첩 회사에 이르기까지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버핏은 "버크셔의 규모가 문제되지 않았고 오히려 사업을 잘 수행했다"고 응수했다.
카스는 물러서지 않고 최근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ㆍ합병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버핏은 일부 사업은 비싼 돈을 지불한 게 맞지만 수익이 괜찮았다고 해명했다. 일부 지적 내용을 수용한 셈이다.
이어진 질문은 더 예민한 것이었다. 카스는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기로 돼 있는 버핏의 장남 하워스 버핏에게 과연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궁지에 몰린 워런 버핏은 "아들이 직접 경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카스의 질문은 버핏 이후 버크셔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었다.
사실 버핏이 굳이 카스를 불러 스스로 매를 맞을 필요는 없다. 버크셔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다. 버크셔는 지난 4일 올해 1ㆍ4분기 순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1% 증가하고 현금 보유액만 491억달러(약 53조789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버핏은 카스를 통해 자기와 회사의 문제점ㆍ치부를 과감히 드러내도록 놔둔 것이다. 이로써 버핏은 3만여명의 투자자들 앞에서 소신껏 방어하고 해명했다. 투자자들은 정확한 정보와 판단 내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경영진은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쓴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버핏의 지혜가 다시 빛났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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