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찰리 어진 디시네트워크 회장(60ㆍ사진)이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사운까지 걸고 추진하던 미국 이통통신 업체 스프린트 인수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스프린트 이사회에 소프트뱅크 대신 디시네트워크가 인수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가 제시한 금액은 255억달러(약 28조1647억원)다.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 지분 70% 인수에 201억달러를 제시했다. 어진은 여기에 13%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어진은 스프린트가 소프트뱅크와 계약을 취소하면 위약금 6억달러도 부담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201억달러에 이미 가격 협상을 마쳤다. 더욱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 심사까지 받고 있는 지금 스프린트 이사회가 입장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어진은 스프린트 인수로 디시네트워크의 위성방송과 이동통신을 결합해 미 통신ㆍ방송 시장에 새 바람까지 일으킬 생각이다. 이런 통합 서비스로 소비자를 붙잡아두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성장이 더딘 위성 TV 사업보다 성장성 높은 이동통신 사업에 중점을 두기 위한 포석이다.
어진은 "디시네트워크가 스프린트와 합병할 경우 전화ㆍ인터넷ㆍ영상이 통합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디시네크워크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이통사인 소프트뱅크에 스프린트를 파는 것보다 시너지 효과가 높은 디시네트워크에 파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다. 디시네트워크가 스프린트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는 37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까지 내놓았다.
어진이 스프린트 인수전 참여 선언으로 잃을 건 전혀 없다. 일부에서는 이번 인수 시도가 다른 기업 인수합병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스프린트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진은 초고속 인터넷 통신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클리어와이어 지분 25%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클리어와이어 주주인 스프린트의 반대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 방송 업계에서 어진의 공격적 성향은 유명하다. 그의 시계에는 지각한 직원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춰져 있다. 그는 직원들 식사비에도 일일이 관여할 정도다.
어진은 1980년 부인ㆍ친구와 함께 위성 TV용 셋톱박스 업체 에코스타를 설립해 키워온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그에게 경쟁은 익숙한 일이다. 디렉TV가 유력 경쟁사로 부상한 뒤 소송으로 응수했다. 이후 아예 위성방송 사업체인 디시네트워크를 설립해 무료로 위성 안테나까지 보급했다. 2011년 도산한 비디오 대여 체인 블록버스터를 3억2000만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어진은 미 테네시주에서 오스트리아 출신 물리학자의 아들로 출생했다. 테네시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레스트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1년에는 30년 동안 유지해온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 직함만 유지하고 있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어진의 재산 규모를 106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미 억만장자 순위에서 37위를 차지한 그는 블랙잭과 포커 게임에도 조예가 깊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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