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보국 지휘라인 모두 소환···댓글 분석작업에 촉각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국가정보원의 조직적인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전격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관련의혹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29일 오전 10시 원 전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6일 검찰 소환 통보를 받고 이날 오전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수사팀이 꾸려진지 불과 10여일 만에 원 전 원장이 직접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검찰 안팎의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오래 됐지 않느냐”며 “국민적 관심도 많고 검찰 판단에 적절한 소환조사”라고 소환배경을 설명했다. 수사방향 설정을 위한 과정의 일부라는 이야기다.
검찰은 “오늘로 다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원 전 원장에 대한 두세 차례 추가 소환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경찰 단계부터 수사가 장기간 이어져 온 점, 현실적인 도피우려가 낮은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주말인 27일 오전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고 밝혔다. 26일 민모 전 국장에 이어 ‘댓글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과 관련된 지휘라인이 차례대로 모두 검찰에 불려온 셈이다.
앞서 민주통합당 등은 국가정보원법위반(정치관여 금지)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원 전 원장은 출국금지된 상태다.
원 전 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종북좌파’ 세력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한 적극 대처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성과를 적극 홍보토록 주문하는 등 불법으로 정치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민 전 국장은 70명 안팎의 심리정보국 요원들을 이끌며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 등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겨냥한 악성 인터넷 댓글을 작성토록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심리정보국은 원 전 원장 시절인 2011년 국정원 3차장 산하 대북심리전단을 확대 개편한 조직으로 최근 폐지됐다.
검찰이 빠른 속도로 국정원 내부의 ‘윗선’까지 부른 것은 일단 심리정보국 요원들의 조직적인 활동 여부에 대한 판단이 윤곽을 잡은 탓으로 보인다. 민 전 국장 등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대북심리전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지는 달리 전했더라도 ‘원장-차장-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 아래 심리정보국원들의 조직적인 ‘댓글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엿볼 수 있다.
문제는 댓글의 내용이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댓글의 내용이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대선 등 정치에 영향을 끼칠 요소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 뒤따른 폭로처럼 당시 댓글 분석 수사가 제한적·편파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리정보국 요원들의 일반인 보조요원 동원 정황까지 제기된 이상 알려진 것 이상으로 방대한 댓글 분석작업이 검찰에 요구되고 있다. 일각에선 원 전 원장의 배후로 정치권을 지목하는 견해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경찰 수사보다 범위를 넓혀 원점부터 댓글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석작업으로 드러날 정치 관여 게시물 규모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 포착된 100여건보다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축소·은폐 의혹을 받는 앞선 경찰 수사도 4개월 가량 걸린 만큼 분석작업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작성된 댓글들을 보면 아직 그렇게(정치권으로 수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 판단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댓글분석 작업의 진행 경과를 묻는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그게 나오면 수사 정리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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