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의사 출신 탈북화교가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그가 국내 탈북자 정보를 모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수차례 밀입북을 반복하며 공작원으로 포섭됐다는 설명이었다.
검찰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유모(33)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재북 가족을 볼모로 한 국내 탈북자의 공작활동 이용 위험성이 있으므로 탈북자 신원정보의 철저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씨가 재판에 넘겨진 이후 전혀 다른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빠와 함께 국정원 조사를 받다가 다음달 국내에서 나가도록 명령받은 유씨의 여동생이 입을 열었다.
유씨 변호인 측에 따르면 국정원의 조작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오빠가 간첩인 것처럼 진술하면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한 결과라는 이야기다.
가족을 볼모로 공작활동에 이용됐다는 주장과, 가족을 볼모로 간첩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남매 간 대질신문이나 변호인 접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수차례 밀입북을 반복했다는 공안당국의 주장과, 모친상을 위한 한 차례 방북 외 북한에 간 적이 없다는 주장도 맞선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유씨 가족은 이미 중국으로 건너 가 2011년 이후 북한에 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측은 조작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조사 과정에 폭행 등이 뒤따른 적도 없으며, 여동생 진술이 아니라도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의 신청으로 조만간 유씨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릴지 여부가 갈린다. 엇갈리는 주장들 속에 이른 바 ‘탈북남매간첩’ 사건을 국민들이 직접 바라보고 저울질하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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