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최대열 기자]'엔저 쓰나미'가 한국 주요 수출업종인 자동차, 철강, 조선산업으로 밀려오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종별 시황이 악화된 가운데, 환율 쇼크까지 겹치며 대기업들도 악화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그동안 엔고와 원화 절하 등으로 글로벌 시장서 재미를 톡톡히 본 주력 수출업종으로선 이제야 '역전된 상황'을 체감하는 모습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포스코 등은 이날 오후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가 늘어나며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불구,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2분기 11.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한 자릿수에 그쳤다. 기아자동차는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차질, 리콜 등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1분기 성적표의 부진 이유는 바로 환율이다. 1분기 원ㆍ달러 평균 환율은 1085원으로 작년 연간 평균치(1172원)를 밑돌았다. 특히 엔저를 앞세운 일본차 업체의 약진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의 부진으로 연결돼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ㆍ기아차는 해외 판매비중이 매출의 80%에 달한다.
올 1분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성장률은 답보상태에 그쳤고, 기아차는 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도요타는 9%, 혼다는 5%씩 판매를 늘렸다. 1분기 시장 점유율 역시 현대ㆍ기아차가 전년 동기 대비 0.8% 줄어든 8%대에 그친 반면, 도요타는 14%대로 격차를 벌렸다.
수출비중이 40%에 달하는 포스코의 경우, 당장 1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소폭 개선됐지만 이는 원자재가 하락 등 외부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 업체들과 경합하는 주요 철강제품의 수출 급락은 가시화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철강제품 수출액은 81억461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3.4% 줄어들었다. 인도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대만 등 일본 철강업체들과 직접 경쟁하는 시장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수출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업계 역시 지난달 일본 조선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당장 수출 감소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보다는, 엔저로 인해 한국 주요 수출산업의 성장 침체가 본격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엔저로 자금 여력을 되찾은 일본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신제품을 쏟아낼 상황에 대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저현상이 계속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원엔환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처럼 세계 시장에서 한국수출품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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