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경북 경주에 있는 신월성 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춘 지 50여분 만인 23일 오전 8시35분께 전력거래소는 순간 예비전력(전력 총공급에서 총수요를 뺀 것)이 450만kW 미만으로 떨어지자 전력 수급 경보 '준비'를 발령했다. 예비력이 준비 단계에 들어선 것은 지난 1월7일 이후 처음이다. 역대 4월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4월3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례적인 봄철 전력 위기가 닥친 것은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이달 중 발전기 계획예방정비가 몰리면서 전국적으로 생산 전력량이 줄어든 데다 신월성 1호기 등 용량이 큰 원전이 갑자기 멈췄기 때문이다. 전력 당국에 따르면 24일 현재 계획예방정지로 인해 가동을 중단한 발전기는 총 61대로 용량은 1768만kW에 달한다.
이 중 원전은 신고리 1호기, 울진 2호기, 고리 1호기, 월성 2호기가 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계획예방정비는 원전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2달여가 소요된다.
여기에 지난 2011년 9월부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울진 4호기와 영광 3호기, 월성 1호기, 고리 4호기, 신월성 1호기가 결함 발견으로 계획에 없던 정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23기 가운데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것은 이날 현재 14기에 불과한 것이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는 예비력이 600만~800만kW대에서 움직였다"면서 "통상 4~5월은 전력 수요가 가장 적어 발전소 계획예방정비를 하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비계획 정지 건수가 많았고 그로 인한 생산 불가능한 전력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연간으로 볼 때 최근의 전국 발전기 예방 정비량은 피크 기간"이라면서 "여름철을 앞둔 다음 달 중에 한 차례 더 고비(전력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조환익 한전 사장은 '5월 전력 위기설'을 거론한 바 있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무더위가 일찍 시작해 늦게 끝나는 등 이상기온 현상이 반복되는 것도 전력 수급 차질을 빚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연말 이사장 직속의 수요예측실을 신설했는데 이상기온 등 영향으로 과거에 비해 수요예측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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