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올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D램 가격이 당분간 인상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됐다.
박래학 SK하이닉스 모바일&컨슈머마케팅그룹장 상무는 24일 1·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 2분기까지는 PC용 D램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오를 여력이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같은 흐름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시장의 주력 제품인 DDR3 2Gb(기가비트)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개당 0.81달러에서 지난달 말 1.31달러로 크게 올랐다. 석달 만에 61.7%나 급등했다.
PC 수요 자체는 줄고 있지만 D램 제조업체들이 PC용 D램 생산을 줄이는 데다 PC 제조업체들이 D램 확보에 나서면서 공급 상황이 악화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모바일기기 수요 증가로 PC용 D램을 채용하는 제품이 늘어나는 것도 D램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가수요와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이 오래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들어서도 PC용 D램 수요가 지금처럼 많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PC 제조업체들이 D램을 구입할 때 PC 원가에서 D램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8%가 넘으면 구매를 꺼리는데 현재는 5% 수준이어서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 하지만 하반기가 되면 D램 가격 비중이 8%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추가 수요 증가는 억제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 상무는 "PC 원가에서 D램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의 저항선이 최대 8% 정도인데 현재는 5% 수준이어서 여전히 상승 가능성은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는 저항선에 근접할 것으로 보여 D램 수요 측면에서 불확실성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 3170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추정치인 2000억원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는 무엇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세공정 전환 및 수율 개선도 호실적에 한몫했다.
1분기 매출은 2조78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늘었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PC 및 서버용 D램의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은 이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4에 SK하이닉스의 D램이 탑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3000만~4000만개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족한 모바일 D램 물량을 경쟁사에서 확보하려는 것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수익성 중심 경영과 기술 리더십 확보를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의 경영 방침을 통해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SK그룹 편입 이후 최대 폭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시장환경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업계 선두 수준의 기술 경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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