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해외에서 만나면 '통(通)'할 수 있을까.
기준금리를 두고 맞섰던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8일부터 1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만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함께 열려 두 사람은 적어도 사흘 동안 회의장을 오가며 마주치게 된다.
양측은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면 국내 현안을 가지고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해외에선 정무적 판단을 접어두고 통큰 대화가 오갈 가능성도 있다.
다소 껄끄러운 감정을 떠나 국익을 위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점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주요국의 돈 살포로 신흥국 경제가 흔들린다는 우려 속에 이번 회의가 열리는 탓이다. 회의장에서 만날 두 사람의 표정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힌트라는 분석도 있다.
먼저 출국한 김 총재는 IMF의 거시정책 컨퍼런스에 초청받아 한국의 거시건전성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자본변동성이 큰 한국의 정책 방향에 관심을 보이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발표하고 비행기에 오른 현 부총리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만나 세계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의장인 자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재무장관을 만나 IMF 쿼터개혁에 힘을 실어달라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의 최대 현안은 주요국의 돈 살포가 신흥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G20 회의 당시에는 엔저에 따른 명시적인 비난이 나오지 않았다. 미국이 사실상 엔저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96엔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선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엔저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똑같이 돈을 풀어 경기를 방어하고 있지만, 엔저를 눈 감아주는 듯했던 미국의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미 재무부는 12일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미국 수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이 엔저 정책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는 "일본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IMF 역시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양적완화 정책 지속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안팎의 이슈와 시장의 관심 속에 만나는 두 사람은 오는 21일과 22일 하루 간격을 두고 귀국한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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