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안을 17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해 내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추경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런데 그 중 95%인 16조5000억원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니 '빚 내기 추경'이다. 또 69%인 12조원은 세입결손을 메우는 데 쓴다니 '땜질 추경'이다. 세입결손 보전용 지출에 취득세 감면을 포함한 4ㆍ1 부동산대책 지원용 지출을 더하면 14조4000억원으로 추경안 총액의 83%나 된다. 부동산대책의 경기부양 효과가 확실치 않다고 보면, 나머지 17%인 2조9000억원만 실질적인 경기부양용 지출이다. '외화내빈 추경'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추경안에는 이 밖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여럿 있다. 우선 올 회계연도가 개시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세입결손 예상액이 무려 12조원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 문제가 있다. 세입예산이 이렇게 허술하게 수립된 데 대한 책임은 편성권을 가진 정부와 심의권을 가진 국회 양쪽 모두에 있다. 최소한 국민에게 사과라도 해야 한다.
추경안에 대규모 국채발행 계획이 들어간 것은 부실예산 탓이 크다. 그런데 이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중ㆍ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을 따로 마련해 밝혀야 한다. 세부 지출항목 중에 추경의 긴급한 성격에 맞지 않는 것들도 일부 있다. 방범용 CCTV 설치, 사이버테러 대응인력 양성 등을 굳이 이번 추경에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번 추경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철저히 점검돼야 마땅하다. 세입결손을 국채발행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메우려는 것을 용인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추경안 규모가 경기부양 목적을 달성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지 재검토해야 한다. 부족하다면 국회 주도로 추경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확충 가능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세입축소 추정이 과도하지 않은지 살필 필요가 있다.
세출이 경기부양 효과가 큰 항목들로 구성됐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추경의 목적과 다르거나 불요불급한 항목은 일자리를 늘려 줄 다른 적절한 사업으로 바꿔야 한다. 기존 예산의 지출항목도 삭감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국회는 추경의 시급성을 감안해 심의를 신속하게 진행하되 따질 것은 철저하게 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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