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무산에 아쉬움 나타내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우리금융은 이날 오후 이 회장이 회장직을 사임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사의를 밝히면서 "1967년 우리은행 신입행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지난 40여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에서 회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처음으로 한 금융기관의 말단행원에서 시작해 그룹회장이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자신의 임기 내에 성사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정부 지분 17%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에 걸쳐 완전 민영화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사의를 밝힌 것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는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 3월까지지만 금융당국은 당장 올해 6월말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이를 새로운 회장이 이끌기를 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우리금융 회장은 정부의 민영화 의지와 철학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이 맡는 게 좋다"며 "(이팔성 회장은) 본인이 알아서 잘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추진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강조하는 등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정부의 압박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 결국 이날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우리금융에서는 그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들도 회사를 떠나는 등 임원들의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팔성 회장이 거취를 결정한 만큼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면 대규모로 조직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신임 회장 선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외이사,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고 공모절차를 거쳐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이후 단독으로 후보가 추천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지분 57%를 가지고 있어 새 회장 선임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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