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남북경제협력에 나설 수 있는 대기업은 현대그룹뿐이다.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까지 몇 년 동안 북측의 사태가 발생해 손실이 크지만 당장은 참고 견디는 것이 최선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이후 현대아산 관계자의 한 숨 섞인 한마디다. 지난 2008년 회사 설립이후 9년 만에 금강산 사업이 좌초된데 이어 이번에는 개성공단 개발 사업까지 최대 위기에 봉착하는 불운을 겪고 있다.
최대 남북경협 주체로 적지 않은 어려움 겪어온 최근 5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 사업이 전면 중단된데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피로감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주변 여론마저 시간이 갈수록 악화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아산이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온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로 또다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8년 북한의 12ㆍ1조치,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개성공단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한국 정부의 5ㆍ24조치 등으로 부침을 겪어오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업지구 총 개발업자로 1단계 공장구역을 마무리하고, 2단계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다. 2단계 사업 중 생활, 상업, 관광구역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추가 수익모델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 개발사업에 나선 이후 지난 2008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해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후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부문을 통한 수익성 다변화 전략이 답보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아산이 지금까지 벌인 사업 중 건설부문(구매용역 포함)의 비중은 전체의 86%를 넘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현대아산은 건설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이후 5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역시 매출액은 1468억708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이상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94억원, 142억원을 기록했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이 포함된 최근 5년 동안 손실규모는 1203억원에 달했다. 여전히 매년 계열사로부터 100억원에서 2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는 처지다.
또다른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건설부문에 역량을 결집해왔지만, 개성공단 폐쇄가 장기화된다면 잠재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남북경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북한의 최근의 행보는 전쟁위기를 조장해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한 협박이라며 개성공단을 영원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경협사업은 여론에 기대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이번 사태로 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층이 개성공단 사업권을 제3의 국가나 기업에게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루머도 돌고 있다. 현대아산은 2000년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와 '개성공업지구 건설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50년간 공단용지 사업권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 되기를 바란다"며 "개성공단 사업권과 관련한 루머는 일단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