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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선수의 無爲타법 "난 아무 플레이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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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2년 만에 우승 일궈낸 女배구 IBK기업은행팀

응원·격려만...선수단 믿고 맡겼다
"용병도 우리 선수" 팀 화합에 앞장
주장 이효희 정규직 특별 채용 지원도



조준희 선수의 無爲타법 "난 아무 플레이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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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지난 3월 2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여자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4차전. 기업은행의 통합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한 점을 남겨둔 순간 누구보다 긴장한 표정으로 TV 중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조준희 기업은행장이다. 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의 구단주도 맡고 있는 조 행장은 이날 구미의 박정희 체육관을 찾지 않았다. 구단주가 중요한 경기를 직접 찾으면 선수들이 자칫 긴장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바로 이틀 전에 구미까지 달려갔지만 다 이긴 경기를 놓쳐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경험도 작용했다. 선수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조 행장이 구미행을 포기한 것이다. 누구보다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조 행장이지만 마지막 순간 TV 중계를 지켜보며 활짝 웃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경기 승리로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창단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창단 2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업은행 여자프로배구단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이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쓴 데는 조준희 행장이 배구단 운영과 관련해 아무런 참견을 하지 않는 이른바 '무위(無爲)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 행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배구장을 찾아 응원을 하고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배구단 운영은 감독에게 전권을 줬다. 중요한 경기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참석하지 않는 것도 '무위의 리더십'의 일환이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과 관련된 일이라면 광고 문구 하나까지 일일이 체크할 정도로 꼼꼼하고 세심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기업은행의 업무와 직원들을 세세히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배구에서 만큼은 한 발 뒤로 물러나 팀의 운영을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준희 행장이 월요일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주말 배구단의 성적으로 대화를 시작할 정도로 배구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배구단 운영에 대해선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고 그 믿음이 매 경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조 행장이었지만 딱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선 감독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경기 중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 출신 용병인 알레시아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라는 것이었다. 통상 감독들은 주득점원인 용병을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빼지 않고 계속 기용한다. 용병을 다른 선수로 교체하면 선수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또 용병의 특성상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 단기 승부만을 보고 기용하게 된다. 매 경기 풀 가동되는 용병 선수들은 '혹사' 당하기 마련이다. 알레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조준희 선수의 無爲타법 "난 아무 플레이도 안했다" 조준희 행장이 이효희 선수에게 정규직 채용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 때 조 행장이 "용병도 작전에 따라 교체 해 주면 어떻냐"고 제안했고 감독이 이를 수용했다. 이 한 마디는 팀이 조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감독은 이기는 경기에서는 알레시아를 빼 휴식을 취하게 배려했고, 다른 선수들은 용병이 빠진 자리를 메우면서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경기력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휴식을 취한 알레시아의 공격력이 더 위력을 발휘해 꼭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준희 행장이 터키에 진출한 김연경 선수가 고생한다는 얘기를 접하고 기업은행 팀의 용병을 배려해줄 것을 제안했다"며 "선수 배려 차원의 부탁이었지만 결국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경기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 행장이 배구단을 위해 내린 결단은 또 있다. 우승을 이끈 공로로 주장인 이효희 선수를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됐다. 배구에 전념하면 은퇴 후에도 기업은행에서 정규직으로 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운동선수의 직원채용을 실시해 소속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준희 선수의 無爲타법 "난 아무 플레이도 안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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