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거액을 횡령한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과 함께 배임에 대해서는 형사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법안이 국회에서 각각 추진되고 있다.
28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새누리당 민현주의원과 민주당 원혜영, 오제세 의원등이 각각 발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현재는 구간별로 5억∼50억은 징역 3년 이상, 50억 이상은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다.
세 개정안 모두 재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 되는 횡령 등의 특정재산범죄의 경우 최저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법정형을 가중하고 있다. 개정안과 같이 7년 이상으로 법정형이 가중될 경우 법원이 형기의 2분의1까지 감경하더라도 형법에 따른 집행유예의 요건(선고형이 3년 이하여야 함)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거액의 횡령을 저지른 기업인의 경우 집행유예로 바로 석방되고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적이 많은데, 이같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가운데 배임과 관련해, 경영적인 판단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을 때에는 형사적인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최근 법사위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상법 제282조(이사의 선임, 회사와의 관계 및 사외이사) 2항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상당한 주의를 다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선의로 믿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를 삽입했다. 이러한 '경영 판단의 원칙'은 독일 주식법 제93조에 성문화됐고 미국 판례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현행법상 배임은 형법, 상법, 특경가법 등으로 처벌된다. 법조계에서는 특경가법과 형법이 상위법이어서 개정이 쉽지 않다고 보고 상법에서 개정하면 이 논리를 특경가법과 형법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에 규정돼 있다.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저버리고 본인이나 제3자가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도록 하거나 그런 의도로 손해를 입혔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법 제382조와 제622조는 회사 발기인, 이사 등이 배임죄를 저질렀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은 있지만 예외 조항은 없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이명수의원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없이 선의로 믿고 경영상의 결정을 내렸을 경우에는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면서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인들이 기업의 목적인 이윤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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