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는 이달 들어 두번이나 불산이 섞인 혼합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미신고 및 늑장 신고와 연이은 사고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LG실트론은 첫 사고 때 신고를 하지 않아 구미시로부터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배관공사 도중 염소가스가 30초 가량 누출돼 근로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관계 당국에 이 사고를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당국과 언론은 해당 업체들이 신고를 하지 않거나 늑장 신고했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수위는 다르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사람의 건강 또는 환경에 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ㆍ지방환경관서ㆍ국가경찰관서ㆍ소방관서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사람이 다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큰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신고하지 않아 법 위반이라고 판명이 난다고 해도 과태료 100만원만 내면 된다는 점이다. 같은 사안을 3번 이상 위반해도 과태료는 똑같이 100만원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어차피 다친 사람이 없다면 신고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다. 과태료 100만원보다는 사건이 알려져 평판에 타격을 입는 것이 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관련 당국별로 서로 다르게 운영되는 법령과 기준들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환경부)ㆍ고압가스안전관리법(지식경제부)ㆍ산업안전보건법(고용노동부)ㆍ위험물안전관리법(소방방재청) 등으로 분산 관리되고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사고발생 대응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고 은폐ㆍ늑장 대응이라는 비난만 하지 말고 왜 그렇게 대응했는지 배경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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