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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박정희 정권 긴급조치 1·2·9호는 위헌”(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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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유신헌법에 대한 반대·비판의 목소리를 옥죄기 위해 영장 없는 구속·처벌과 비상군법회의 설치, 군대 동원 등을 규정한 긴급조치는 결국 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결론났다. 긴급조치 1호가 발동된 지 39년만이다.


헌법재판소(소장 권한대행 송두환)는 21일 오모씨 등 6명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 결정으로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헌법재판소법 및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집권세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 의사 표시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고 국가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의 핵심적 보장영역 안에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어 “이를 원천 배제한 긴급조치 조항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않고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침해하는 등 모든 면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유신헌법 53조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발령 근거규정에 불과하다며 직접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다만 유신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헌정 질서에 어긋난다는 견해만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제4공화국 헌법 개정으로 마련된 유신헌법 53조의 ‘대통령이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바탕으로 1974~1975년 긴급조치 1호~9호를 발동했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반대·비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법원의 영장 없이 구속·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2호는 위반자 처벌을 위해 비상군법회의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치안질서 유지를 위해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게 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탈헌법적 수단으로 틀어막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 이 조항들은 박정희 정권 아래 민주화 탄압 수단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유신헌법 53조는 1980년 10월 폐지됐다.


심판을 청구한 오씨는 지난 1974년 버스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여고생에게 정부시책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학생과 교사의 신고로 중앙정보부에 불법연행돼 징역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앞서 오씨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 결정으로 2010년 서울고법에서 재심에 나섰으나 재판부가 이미 폐지된 법령임을 이유로 무죄가 아닌 면소 판결하자 대법원에 상고하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와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0년 12월 오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긴급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긴급조치 1호에 대한 위헌을 선언하고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는 전제 하에 선고된 기존 판례들을 모두 폐기했다.


한편 이날 선고엔 전임 이강국 헌재소장의 퇴임으로 말미암아 전체 9명의 재판관 중 송두환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8명만 참여했다. 위헌 결정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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