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정부의 골격이될 정부조직 개편안이 지리한 대치끝에 17일 여야간 합의로 타결됐다. 지난 1월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6일만이며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21일만이다. 여야가 30여차례에 걸친 회동을 통한 결과이며 박근혜 대통령이 수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정부조직법 처리를 촉구한 끝에 나온 난산의 결과물이다. 2월 국회에서 본회의 처리시한을 4차례나 넘긴 상황에서 여야는 5번째 시한인 3월 국회 개원(8일) 이후 12일이 지난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전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2시간의 회동만에 20여개항에 합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협상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흥정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새누리당은 명분을, 민주당은 실리를 얻었다고 자평했고 청와대는 미흡하지만 국회의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여개 항 가운데 정작 정부조직법과 관련된 분야는 절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4대강과 국정원 댓글사건의 국정조사,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 처리 등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사항이 대부분이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연된 것이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사항들을 연계해 처리하기 위한 '흥정'의 과정이었다는 것이 결국 드러난 셈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업무 분장 등을 입법화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가 4월,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미루어둔 사안을 보면 모두 여야간, 이해당사자간에 의견일치가 어려운 것들이다.1조2천억원에 이르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소관사항, 방송공정성특위 구성과 가동, 지상파와 종편, 종합유선방송(SO) 등의 공정성 확보와 이들 사업자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처리도 험로가 예상된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의 세부 시행마련을 놓고는 재계의 반발이 예상되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은 금융감독원과 금융투가업계가 이중규제라고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반부패및 검찰개혁, 방송공정성 확립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여야는 이번에도 특위를 신설키로 했다. 올들어 여야가 합의한 비상설특위만 6개다. 특위는 그간 무용론이 계속돼 왔는데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한 것이다.
또한 4대강사업과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을 정부조직법과 연계해 합의한 것에 대해 여야 내부에서도 정치적 흥정과정에서의 '끼워팔기'라는 비판이 높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이날 정부조직개편안 타결과 함께 자신들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다루기로 합의한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진보당 김미희 원내대변인은 "비례대표 경선과 관련해 두 의원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했던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았는데 자격심사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성립 않는다"면서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정당한 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국회정신에 대한 정면 위반이자 정치적 테러"라고 비판했다. 또 "진보정치를 말살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의 범죄행각에 동참하는 의원이 있다면 반드시 이에 따르는 법적,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국정조사는 현ㆍ전 정권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새누리당은 부담이다. 검찰 수사 직후 국정조사가 예고된 국정원 댓글 사건은 18대 대선이 다시 정국현안으로 부상해 청와대와 여야간 대치가 재연될 조짐이다. 민주당이 원세훈 국정원장의 대선 등 국내 정치 불법개입 정황 의혹을 제기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여야는 부동산 취득세 감면 연장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놓고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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