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종청사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박 대통령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세종시 계획을 관철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행복도시, 행복 행정'을 추구하는 세종청사도 다르지 않다.
새 시대를 꿈꾸며 마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종청사는 출범했지만 여기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관심은 새 정부의 비전과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지난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20여 일이 가까워 오고 있는데 여전히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갈 길을 잃은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누가 장관에 내정될 것인지, 인사청문회는 통과하는 건지, 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은 되는 건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업무와 일보다는 자신의 조직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그에 따라 자신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더 따졌다.'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복(公僕)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복(私腹)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세종청사-서울-세종청사를 쳇바퀴 돌듯 왔다 갔다 한다. 아침에 세종청사에 있다가 서울에 가서 업무를 본 뒤 밤 늦게야 세종시로 돌아오는 일이 잦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 공무원에게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런 공무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일 또 서울에 가야 한다"며 "장관님께(내정자를 장관으로 부른다) 업무보고를 해야 하고 청문회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쪽에 번쩍, 서쪽에 번쩍이다.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세종청사의 각 부처 담당 공무원들은 서울에 살다시피 했다. 부처 실ㆍ국장들은 업무보고를 하느라 서울과 세종청사를 왔다 갔다 했다.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조직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국민'보다는 '윗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윗선'에 관심이 많은 조건에서 '윗선'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공무원들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을 위해 자신이 서 있다고 판단한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든, 세종청사든 국민들은 5년 안에 주름살 펴고 활짝 웃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국민들도 이제 알 만큼은 안다. 다만 앞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자그마한 믿음, 그 믿음을 뒷받침해주는 정책과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정부와 세종청사가 해야 할 일이다. '국민행복시대'를 완료해 달라는 게 아니라 이를 만들기 위한 기초를 닦아 달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시대'에 대한 시스템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의 부족함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면 국민의 고통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나아지고 미래 후손들에게 행복 시대를 마련해 주는 공복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와 세종청사가 걸어가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어려움과 힘겨운 여정이 앞에 놓여 있더라도 극복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
세종청사에는 산책길이 많다.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담은 세종청사 옥상은 국무총리실인 1동부터 6동 환경부까지 구불구불 걷는 길이 펼쳐져 있다. 청사를 조금 벗어난 호수공원도 걷기에 좋다. 임지훈은 '회상'에서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라고 노래했다. 청와대와 세종청사 산책길을 걸고 있는 공복들에게 그 '누군가'는 국민이기를 기대해 본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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