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이집트 경제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협상은 갈수록 난항을 빚고 있다. IMF는 이집트에 자금 지원 조건으로 긴축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정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데다 외환보유고까지 크게 줄어든 이집트는 IMF에 48억달러(5조26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IMF는 이집트가 에너지 보조금 삭감 및 소비세 인상 등의 긴축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해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전체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빈곤층에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이다. 가뜩이나 정정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로서는 정국이 더욱 혼란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이집트 국가경쟁력위원회의 자문역을 맞고 있는 아쉬라프 스웨람 이코노미스트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경제 개혁에 나설 경우 이집트는 심각한 정치 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면서도 "긴축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집트는 더욱 큰 위기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집트는 외환위기 초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디젤유의 부족으로 주유소에서는 연료를 채우기 위해 줄을 서고 있으며, 주민들은 수도 및 가스 공급이 끊긴 것에 항의하며 도로 및 철도를 점거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축출한 뒤 이슬람 세력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이집트 정치는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IMF가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실시할 경우 무스리 대통령의 지도력은 위협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긴축정책을 실시할 경우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FJP)는 빈민층의 외면을 받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집트로서는 구제금융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IMF 구제금융을 미룰 경우, 이집트는 더욱 큰 위기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식량의 70%를 해외 수입 의지하고 있다. 현재 이집트의 외환보유고는 135억달러 수준으로 3년간의 수입대금을 지불할 여력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집트가 요청한 48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145억달러의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서방국가가 지원하지 않을 경우 이집트 경제는 파탄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10일 이집트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월 도시지역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보다 8.2% 올랐다. 이는 전달에 비해서 2.5% 이상 오른 것으로 1년내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거덜나기 시작한 이집트는 물가 불안까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2월 물가 지표에서 식료품 가격이 전월에 비해 9.3% 올랐는데, 이 때문에 이집트 서민층의 생계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 정부 입장으로서는 첩첩산중인 셈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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