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25일 열린 박 대통령의 취임식은 국민이 참여하고 공감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국민대통합' 축제의 한 마당으로 치러졌다. 선거운동 당시 내세운 '100% 국민대통합'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국민대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특히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론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대 숙제다.
그동안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 겉으로는 국민대통합을 강조했지만 인수위 활동을 보면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통합과는 반대 의미인 '밀봉' '깜깜이' '불통' '깜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책과 인선 내용에 대해 보안을 극도로 중시하면서 붙은 별칭이다.
폐쇄적 정부를 상징하는 '밀봉정부' '깜깜이정부' '불통정부' '깜짝정부'는 인선, 정부조직개편, 복지정책을 비롯한 각종 공약 실천 등에서 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조직운영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에 국가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새 정부의 행보를 가늠할 수 없는 데다 새 정부의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 미리 나설 경우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수첩공주'에 대한 불안감이 국가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인선 스타일에서 나타난 것처럼 박 대통령은 한 번 믿은 사람에게는 끝까지 신뢰를 보낸다. 반대로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람은 곁눈질도 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 밖에 나는 것만큼 치욕은 없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의 의중이 전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데 누가 총대를 메려 하겠냐."
정부 부처가 일손을 놓고 청와대만 쳐다보며 깜깜이 정부에 부응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징후는 재계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섣부른 대응으로 자칫하면 향후 5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등 재계 대표주자는 아직 올해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청와대의 기류를 보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청와대의 메시지가 없는 상황에서 올해 투자축소 등을 곧이곧대로 발표할 경우 자칫 정부의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에 역행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소통보다는 깜깜이 행보를 통해 재계 1, 2위 그룹의 기세를 꺾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만난 재계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소통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소통을 아주 중요시한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 박 대통령이 소통의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의 발언이 지닌 의미를, 아니면 그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의 의미를 박 대통령이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소통은 위에서 이끌고 아래가 억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밀고 위에서 끌어주는 고갯길을 오르는 손수레 같은 것이야 한다. 그래야 쉽게 갈 수 있다.
소통을 위에서만 주도할 경우 '100%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고갯길을 오르는 손수레 같은 소통이 진짜 국민대통합이다.
깜깜이로 시작한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시작부터 걱정이다.
노종섭 산업부장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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