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궁중장식용 회화, 궁중 기록화, 근대 작가 회화, 흥선대원군과 왕실 인물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회화 등이 담긴 도록 시리즈 '궁중서화Ⅰ'이 발간됐다. 궁중서화는 조선시대 궁중회화의 전통을 보여주는 동시에 조선 말기부터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전통 회화가 겪었던 변화의 한 측면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숙달된 전문 화원(畵員)들이 정교한 필치로 그린 전통 궁중 회화는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왕실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는 품격을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궁중 회화를 대표하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와 모란도(牡丹圖), 십장생도(十長生圖)는 왕과 왕실의 권위와 존엄성을 상징하는 의례용 그림들이다. 이 중에서도 보물 제1442호로 지정된 ‘일월반도도(日月蟠桃圖) 병풍’은 3미터 이상의 높이로 보는 이를 압도하며 궁중 회화다운 위엄을 자랑한다. 왕실 어른의 탄신일이나 왕세자의 병환 회복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각종 행사도와 주요 의례의 내용과 절차를 보여 줘 기록적이며 실용적인 특징을 지닌다.
근대 회화는 조석진(趙錫晋, 1853~1920년), 안중식(安中植, 1861~1919년), 김은호(金殷鎬, 1892~1979년) 등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서화가들의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화면에 표기된 ‘신(臣)’, ‘근화(謹畵, 삼가 그리다)’, ‘경사(敬寫, 공경히 그리다)’ 등의 표현은 화가들이 대한제국 황실을 위해 그린 것을 나타내고 있다. 정교한 필법과 짙은 채색이 특징인 전통 궁중 회화와는 달리 화가 개인들의 화풍이 반영된 수묵화 또는 수묵채색화들로서 20세기 초를 전후한 시기 궁중회화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서예는 교훈적인 내용과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데, 조선의 국가 이념인 유교의 가르침이 담긴 '서경(書經)'이나 '시경(詩經)'과 같은 경전에서 취한 구절이나 성현의 말씀, 왕도정치의 이념을 담은 글이 많다.
일본 회화 가운데 특히 도쿠가와(德川) 막부에서 18세기에 조선 왕실에 선물한 그림들은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양상을 보여 준다. 일본 미술사 연구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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