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주주 캠코 지분정리 손 뗄 예정
28일 협력사 자금집행 못하면 부도위기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쌍용건설의 최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오늘(22일)로 손을 뗀다. 이에 책임 있는 대주주가 부도 위기에 몰린 쌍용건설을 무책임하게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채권단 등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쌍용건설에 길은 있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유동성 공급과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기사회생은 충분히 가능하다.
22일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 만기가 도래해 지분 38.75%를 보유해 대주주로 있던 쌍용건설의 주식을 부실채권 출연기관에 전량 넘긴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이와 관련한 기금청산 리셉션 행사도 있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캠코는 오늘부터 쌍용건설 경영에서 완전히 절연하게 된다. 캠코 관계자는 "그간 대주주로서 지난해 70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등 관리자로서 최선의 지원을 해줬다"며 "주식을 넘긴 이후 쌍용건설에 대한 결정 권한이 없다"고 전했다.
◆채권단 "캠코, 끝까지 쌍용건설 책임져라"= 채권단은 캠코에 대해 '무책임한 대주주'라며 비판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해 캠코가 700억원을 쌍용건설에 지원할 때 채권단은 캠코가 자금을 받을 수 있게 책임지겠다고 해서 1300억원을 동시에 빌려준 것"이라며 "주식 처분하고 끝날 게 아니라 일을 마무리하고 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채권단은 캠코가 보유 중인 700억원 규모의 ABCP를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 대주주인 캠코가 부실에 책임을 지고 감자나 자금 지원 등 고통 분담에 나서면 채권단도 15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통해 쌍용건설 회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캠코는 출자전환 요구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캠코는 이에 대해 "지난해 약속한 것은 법률적 구속이 있는 게 아니었고, 제 3자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 성사가 전제라 이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며 "채권단이 요구하는 ABCP 700억원 출자전환은 쌍용건설의 주채무가 아닌 보증채무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먼저 출자전환해서 정상화할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대로 쌍용건설이 부도나면 채권단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고, 정부에 자꾸 지원해달라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악순환…1400개 협력업체 등도 타격= 캠코와 채권단이 줄다리기하는 사이 쌍용건설의 상황은 악화되고있다. 당장 오는 28일까지 600억원가량의 채권·어음을 막아야 하지만 지불여력은 300억원뿐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부도나게 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그간 쌍용건설의 주 수익원이었던 해외건설 공사 수주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이번 부도 위기의 원인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받지 못한 공사 선수금 1500억원이다. 지난해 초 쌍용건설의 신용등급은 BBB+였다. 그러다 유동성 위기가 왔고 채권단과 캠코가 지원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BB-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당시 20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지만 신용등급이 회복되진 않았다. 이후 쌍용건설이 유상증자를 추진 과정에서 채권단과 캠코의 출자전환 지원이 불확실해지면서 신용등급이 B-로 또 떨어졌다. 국내 공공공사에서 선수금을 받으려면 건설공제조합이 보증을 서야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져 보증을 거절당했다. 예정된 공사선수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쌍용건설은 자기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이중으로 자금 압박을 받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해외건설공사 수주에 가해지는 타격은 심각하다. 쌍용건설이 현재 진행 중인 8개국 17개 현장의 약 3조원 규모 공사에도 차질이 생긴다. 입찰심사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입찰하려는 약 19조원의 공사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건설 수주를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의 보증이 필요하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이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쌍용건설뿐 아니라 1400여개의 협력업체와 자금을 투입한 채권단에게도 큰 손실이 생기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들까지 지난해 쌍용건설의 ABCP를 매입하며 회생을 도울 정도로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줄줄이 어려워지는 회사들이 상당하다"며 "쌍용건설에 투자한 캠코와 채권단 등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 부도로 인한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쌍용건설·중소업체 살릴 기회는 아직 있어= 줄도산을 방지할 길은 아직 남아있다. 오는 28일 쌍용건설의 어음·채권 만기가 오기 전까지 유동성 공급과 출자전환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쌍용건설의 정상화를 찾을 여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쌍용건설 해외사업 이익 등으로 기초체력이 양호해서다.
쌍용건설은 '해외 고급건축의 명가'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해외건설 분야의 강자다. 시공능력평가순위는 13위로 대기업 그룹사가 아닌 단일 건설사 중 순위가 가장 높다. 지난해에는 총 4개국 8개상을 수상하며 국내 건설사 중 해외에서 가장 상을 많이 받았다. 최근 3년간 해외에서 1843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318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28일 만기 전까지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인 1000억원가량을 지원하고 향후 1500억원을 출자전환하면 국내와 해외에서 제 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곳이 많다"며 "이런 식으로 3월 말까지 자본잠식 해소 계획이 담긴 수정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상장폐지를 통한 추가 손실보다 출자전환과 유상증자를 통하는 방법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고 채권단과 쌍용건설 등 모두가 윈윈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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