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대내외 경기악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 하락을 거듭했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신용경색이 국내 경기 침체로 그대로 전해졌다.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거래부진과 함께 가격 조정을 보였다.
2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을 분석 한 결과 지방 아파트는 2008년 2월 이후 29% 상승했지만 수도권은 11% 하락했다. 지방은 새 아파트 공급 감소와 혁신도시, 세종시 등 배후수요를 기반으로 한 개발호재로 가격 상승을 거듭했지만 수도권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재건축의 추락...일반아파트보다 5% 더 떨어져 = 지난 2008년 2월 이후 일반 아파트 가격은 10% 하락했지만 재건축 아파트는 15% 하락해 큰 낙 폭을 보였다. 미래 가치 상승의 기대로 투자수요가 높은 재건축 아파트는 불황기를 거치면서 가격 조정을 보였다.
수도권 재건축 단지의 평균 가격 변동률을 살펴 본 결과 2008년 2월과 비교해 20%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과천 -25%(1억9798만원) ▲강남 -22%(2억8687만원) ▲송파 -22%(2억108만원) ▲강동 -22%(1억3390만원) ▲서초-12%(1억3516만원) 등의 재건축 값이 하락했다.
시장 불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 아파트의 특성과 소형주택비율 확대 등으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감소하면서 가격 하락폭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거품 빠진 버블세븐.. 다른 지역대비 2배이상 하락 = 호황기 서울 수도권 아파트의 맹주 역할을 했던 강남, 분당, 평촌 등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값도 크게 내렸다. 2008년 2월과 비교해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값이 2013년 2월 현재까지 18% 하락했다. 반면 그 외 지역은 7% 하락하는데 그쳤다.
버블세븐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을 살펴 본 결과 평균 21% 하락했다. 올 2월 현재 한 채당 6억5210만원인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가 2008년 2월에는 한 채당 8억3008만원을 형성했다. 5년 사이 평균 1억7798 만원 가격이 내린 것이다.
지역별로는 ▲분당 -27%(2억771만원) ▲용인 -25%(1억2102만원) ▲송파 -21%(1억8959만원) ▲강남 -20%(2억5833만원) ▲목동 -17%(1억5141만원) ▲평촌 -16%(6266만원) 순으로 하락했다.
과거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이던 지역도 거래부진의 장기화, 실물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주택시장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가격추락을 막지 못했다.
◆외면받는 중대형 아파트.. 중소형보다 약 4배 가격 빠져 = 규모별로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더 빠르게 실종된 중대형 시장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최근 5년 사이 수도권의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5% 하락하는 동안 전용 85㎡ 초과는 19% 하락했다.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평균 가격 변동률은 2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27%(2억771만원) ▲인천은 -19%(1억8959만원) ▲서울은 -18%(1억2102만원) 순으로 하락했다.
대형아파트는 수요자들이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고 관리비 등 비용부담이 크다. 또한 환금성도 좋지 않아 불황기를 거치면서 사실상 수요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2채 중 1채는 가격 하락 =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315만4000여 가구 중 56%는 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아파트 2채 중 1채는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또 현재 매매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높아진 아파트 중에서도 물가상승률, 대출이자, 보유세 등을 감안하면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중에서도 20% 이상 가격이 빠진 아파트가 31%에 달해 개별 아파트에 따라 낙폭은 더 클 전망이다. 여기에 투자성이 강한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선도했던 버블세븐과 랜드마크 아파트의 중대형 등 대표적인 단지들이 하락하면서 수요자들이 느끼는 가격 하락 체감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현재 주택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높아진 협상력으로 매도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서 주택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매도자의 가격하락 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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