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새 정부 장관 내정자 인선을 마무리한 가운데 김종훈 알카텔 루슨트 벨 연구소 사장(사진)이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김 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첫 수장으로 낙점됐다.
김 사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정보통신(IT)계의 신화적인 인물이란 점 외에 국내에서는 알려진 바가 적어 장관에 지명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불분명한 국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룡 부처' 공무원 조직을 컨트롤 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미국인? 한국인? 김종훈 '국적' 궁금증 커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직접 설명하기 전까지 그는 미국인이 확실하다. 미국 해군에서 장교로 7년을 근무했다는 점에서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껏 국내외 언론에도 수차례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소개됐다.
현재 그가 미국 시민권자일 경우, 장관 후보자로서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할 것인지, 미국과 한국의 이중국적을 취득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니면 이미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했는지, 이중국적 상태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올 들어 김 후보자가 한국 국적을 재취득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김 후보자는 1975년 미국 이민 후 미국 국적을 얻은 후 올해 2월 한국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장관 인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국적을 회복한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적법 등에 따라 김 후보자에게 추가적으로 한국인으로서의 병역 의무 논란이 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철저하고 빠른 해명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시점은 물론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면 그 시점 등 우리 법에 근거해 따져볼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국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뚜렷한 설명이 없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김 장관 후보자의) 국적에 대해 확인한 내용이 없다"면서 "연구소 측에 직접 문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일 밖에 모르던 신화적 인물, '공룡 부처' 다스릴 수 있을까
김 후보자는 지난 1975년 중학생 시절 일찍이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가난을 극복하고 글로벌 IT계 거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태면서도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고등학교를 전교 2등으로 졸업하고 명문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학위를 딴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벤처 신화'로 유명세를 탔다. 1992년 벤처회사 유리시스템즈를 설립하고 1998년 ATM이라는 군사 통신 장치를 개발해 세계적인 통신 장비 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달러에 매각하는 등 벤처 기업가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38세의 나이에 포브스 선정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4월부터는 빌 오쉐 사장의 후임으로 벨연구소 사장으로 임명돼 연구소를 이끌었다. 벨 연구소는 루슨트의 산하 연구개발 기관으로 1925년 알렉산더 그래함 벨의 이름을 따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다.
그의 감춰진 듯하면서도 화려한 인생 스토리가 알려지자 각계각층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을 내비치고 있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그가 맡을 미래창조과학부가 과도하게 큰 공무원 조직인 데다 정식 출범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 출범 이후에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우려다.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맡는 부처의 장관이 미국 국적의 해군 장교로 7년간 근무한 점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개인사는 물론 성공한 사업가로서 능력 면에서 모든 이의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라면서도 "하지만 새롭게 출범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수많은 현안을 풀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살아 있는 벤처 신화'로 알려진 김 장관 후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ICT 분야에 기술적인 이해가 깊은 데다 직접 사업을 해 본 인물이라 탁상공론 정책만 내놓던 과거 정부 인사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ICT 사업도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하는데 ICT 세계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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