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박근혜, 장관은 MB맨...이 얄궂은 풍경 막을 순 없었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013년 2월26일 오전 8시 세종시 정부청사 회의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국무회의인데, 어색한 가운데 분위기가 가라앉은 편이다. 화려하고 희망ㆍ열정이 가득찬 전날 취임식과는 영 딴판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멋적은 표정으로 시선 처리를 난감해한다. 자리에 앉은 국무위원들의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장관들이다. 총리 자리는 비어 있다. 총리 후보자는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의장석에 앉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서도 불편한 표정이 엿보인다. 이날 회의는 기본 안건을 서둘러 처리한 뒤 마무리됐다.
물론 가상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악의 경우 출범 한달 후에서야 겨우 새 대통령ㆍ장관들만으로 국무회의를 연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될 정도다.
새 정부 내각 구성 지연의 형식적인 이유는 절차ㆍ일정 상의 문제다. 박 당선인은 첫 단추인 국무총리 임명에서부터 잘못 뀄다. 박 당선인은 지난 8일 자진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대신해 정홍원 변호사를 새 총리 후보자로 내정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아무리 일러도 새정부 출범 이후인 26일에서야 여야의 인준을 받게 된다. 현재 거론되는 아들 병역 문제ㆍ위장 전입 등의 문제가 커지면 3월초까지 청문회가 계속 될 수도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여야가 당초 합의대로 18일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더라도 일정상 27~28일께나 돼야 장관청문회가 열린다. 26일 열리는 첫 국무회의는 전 정권 장관들로 자리를 채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장관 후보자 낙마라도 발생하면 추가 지연이 불가피하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결국 박 당선인의 리더십이다. 효율성ㆍ보안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그동안 인사 검증 소홀, 좁은 인재풀의 고수(수첩인사)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5년간 국가 중대사를 다룰 때마다 지속된다면? '내 생각이 옳다'는 아집부터 버려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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