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고령화로 중장기 경제성장 기반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출여력'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산업분석팀의 이홍직 과장과 박재성 조사역은 11일 '고령화 국가의 부문별 지출여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기업의 국외시장 개척 등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이 혁신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출여력이란 경제주체의 가처분소득에서 소비ㆍ투자를 뺀 잉여재원을 말한다. 가계로 치면 월급에서 쓸 돈을 다 제하고 남는 돈이다. 고령화로 경제활동이 저하돼 한 나라의 지출여력이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면 경제의 성장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 국내의 잉여재원이 없으니 외채만 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핀란드 등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9개국을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의 지출여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0.8%(1995~1997년)에서 1.7%(2008~2010년)로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저축을 줄인 가계(4.9%→3.8%)와 사회보장을 확대한정부(-3.8%→-4.1%)의 지출여력이 줄었지만, 기업의 지출여력(-0.3%→2.0%)은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기업 지출여력이 강세를 유지해 전체 경제의 지출여력을 이끌고, 이것이 '경상수지 흑자→국민소득 증가→고용 안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기업 지출여력은 기술발전, 노동비용, 자본재 가격하락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고령화에 대응해 기업 지출여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첨단 자본재 도입, 국외시장 개척, 투자환경 개선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만 기업 지출여력이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며 "기업 지출 여력이 투자재원으로 활용돼 가계ㆍ정부로 흘러가고 이를 통해 다시 기업의 수익기반이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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