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年평균 성장률 7%… 공공부문 투자 역대최고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2000년대 들어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부상하면서 한때 빈곤에 시달렸던 브라질 등 남미지역 국가들은 석유나 구리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에 가속도를 붙여 왔다. 특히 페루는 지역국가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발전을 보이면서 ‘괄목상대’한 오늘날 남미 경제의 대표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일(현지시간) 급부상한 페루 경제의 성과와 숙제를 조명했다.
페루 수도 리마의 ‘라 빅토리아’ 지구는 한때 범죄가 창궐하는 대표적 낙후·빈곤지역이었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이곳은 홍콩 구룡반도의 상업중심지구를 연상시킬 정도의 번화가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오늘날 라 빅토리아의 칼레 가마라 거리에는 수많은 고층빌딩이 들어선 가운데 1만5000개가 넘는 사업체가 자리잡고 있으며, 지역 경제 규모는 최소 13억달러에서 최대 30억달러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칼레 가마라의 변화는 오늘날 페루 경제의 고속성장이 국민소득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페루의 최대 산업분야인 광산업에 외국 자본이 대거 들어오면서 수자원개발 같은 대형 정부주도 사회기반시설 건설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글로벌 상품시장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페루의 수출이 증가했고, 이는 정부 세입 확대와 페루 자국통화(누에보솔)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페루의 공공부문 투자는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내수소비시장도 전례없이 활성화됐다.
페루는 최근 8년 동안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으며, 이는 남미지역 모든 국가 중에서 소국인 파나마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성장속도였다. 올해에도 페루는 7~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그랜트손튼이 44개 나라를 대상으로 기업들의 향후 경기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페루 기업계가 가장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기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존재한다. 먼저 페루 누에보솔화가 급격히 절상되면서 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함께 늘고 있다. 지난해 페루의 소비재 수입은 25% 증가했고 경상수지 적자는 2011년 국내총생산(GDP)대비 2%에서 4%로 커졌다. 아직까지는 페루에 유입되는 외국자본은 외국인직접투자(FDI)의 비중이 크지만 국제자본시장의 투기성 유동자금(핫머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당국은 아직까지는 브라질처럼 투기성 거래에 금융거래세를 물리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점차 고민은 커져가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금융·부동산시장의 거품이 커지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수도 리마의 주요 아파트 가격은 2007년 이후 두 배로 뛰었다. 페루 중앙은행은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외에 주변 국가에 비해 취약한 교육환경 및 노동생산성, 불안한 정치지형 등도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올란타 우말라 현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도는 높지만, 25개 주요 지방자치단체 중 여당이 집권한 곳은 단 두 곳일 정도로 기반이 약하다.
하지만 이같은 약점에도 페루는 최소 향후 몇 년 동안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페루 경제는 앞으로 5년간 4~5%의 성장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대부분 남미 국가의 향후 5년간 성장률을 웃도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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