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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이 말한 미국식 청문회, 사실은 더 '깐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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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도 실격 사유..도덕성 검증돼야 후보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충격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현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국식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능력 검증 보다는 '신상 털기'식으로 이뤄지는 문제점을 개선해 사적인 부분은 비공개로, 청문회에선 업무 능력만 검증하는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제를 잘못 진단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미국이 청문회에서 능력 검증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까다로운 기준에 의해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치고 있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제도 개선 보다는 후보자 선택 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자체 검증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은 31일 오후 새누리당 경남 지역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 너무 '신상털기'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며 "인사청문회가 시스템화되서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 과정에서 검증하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할 때는 정책능력이나 업무능력만을 검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전날 강원도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오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등 연이어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박 당선인 발언의 취지는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무산, 김 전 총리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이 '신상털기'식으로 진행된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미국식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처럼 공개된 청문회에서는 정책 역량 위주로 검증하고, 도덕성이나 가족ㆍ개인 신상 관련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해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벌써부터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의 발언 직후 원내대표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라는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청문회장에선 해당 업무와 관련된 후보의 발언ㆍ행적이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등 업무 역량 검증이 주로 이뤄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이미 탈세 등 불법행위 여부나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이 사전에 우리나라보다 더 철저히 진행돼 결격 사항이 있는 사람은 아예 청문회장에 앉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현 오바마 정부에서만 해도 지난 2006년 상무장관 후보로 내정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지역 기업과의 유착 의혹으로 청문회 직전 사퇴했다. 2008년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한 톰 대슐도 운전기사를 고용하면서 세금 신고를 안 했다가 자진 사퇴했다.


"불법 체류자를 가정주부로 고용했다", "술과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 등 우리나라로 치면 '사소한' 낙마 사유도 많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조 베어드 법무장관 내정자 등 여러 명이 불법 체류자 고용 때문에 낙마했다. 1989년 존 타워 국방장관 후보는 단지 "술과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로 상원으로부터 인준을 거부당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후보자 내정 단계에서부터 이웃집의 평판까지 수집하는 등 철저한 사전 검증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상돈 중앙대 교수(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미국도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토대로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한다"며 "야당이 납득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해결되는 문제이지 인사청문회 제도 탓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변에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을 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박 당선인의 말 한마디가 이슈가 되는 등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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