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9일 민주당을 향해 "당의 노선을 '중도 자유주의' 쪽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9대 총선을 거치며 친노(친노무현)적 성향으로 고착화된 당의 정체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한국정치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민주당은 이념 정치가 아니라 생활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은 민주당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주춧돌'이 주관했다.
윤 전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중인 대선 평가 작업에 대해 "당의 정체성 확립과 시대적 과제 설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현재 당내 대선 평가적입이 친노와 비노 평가가 다르고, 논의의 초점이 선거공학적 상황에 머물러 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윤 전 장관은 "민주당 정체성의 뿌리는 보수적 온건 민주주의 세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도 집권 후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며 적절히 진보의 가치를 결합한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이후의 민주당에 대해 "참여정부 이후 정통 민주당과 이질적 성격 세력이 합류하며 당 정체성이 빠르게 좌클릭 됐다"고 분석했다. 그가 '다른 성격의 세력'이라고 지칭한 이들은 민주통합당 창당과정에서 합류한 시민사회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장관은 "국민들은 생활 정치를 주문했지만 정당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면서 "노무현 정부도 서민의 삶을 중시했지만 분열과 응징에 방점을 둔 정치를 했다고 평가받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19대 총선을 통해 당의 정체성이 친노적 정체성으로 확립됐다. 국민 의식이 그렇다"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18대 대선 후보로 문 전 후보가 등장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특권과 기득권 타파, 지역구도 극복 등 '노무현 정신' 만큼은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막상 이러한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는 '노무현 정치'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당의 정체성은 이번 총선, 대선에서 국민에 의해 선택되지 못했다"면서 "정체성을 제대로 바꾸려면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을 표방하고 당의 훌륭한 전통을 현실에 맞게 되살려 민생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민주당의 차기 전당대회에 대해 "새 지도체제가 형성돼 계파정치를 타파한다고 해도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국민이 민주당의 변화된 모습에 흡족해하지 않는다면 또 제3의 대안을 찾으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아주 불행하고 피곤한 일로, 민주당은 정말 심각하게 환골탈태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향후 집권 여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와 야당과의 관계는 협조와 비판 사이에서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향후 새 정부의 성격을 '수직적'이라고 규정한 그는 "박 당선인의 리더십이 매우 수직적이다. 새누리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보면 그렇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직 정당의 모습이 돼, 새누리당이 무기력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윤 전 장관은 또 "박 당선인이 국가주의적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집단 이익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르 우월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국가주의적 공동체를 경계해야 한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민주당은 당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민주당이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되살려야 한다"면서 "여아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대선공약실천특별위원회'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협력하고 견제해야 할지 원칙과 기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여야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설정한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국정 동반자로 대접받아야 민주당의 정체성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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