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증가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임금 상승률이 기업 영업이익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데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영업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도 소득악화의 요인 가운데 하나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의 김영태 팀장과 박진호 조사역이 발표한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이후 우리나라 가계소득 증가세가 국민총소득(GNI)에 비해 뚜렷하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1~2011년 중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8.5%로 가계ㆍ기업 등을 포괄하는 국민총소득(GNI) 증가율 9.3%를 밑돌았다. 가계소득이 GNI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의 70.6%에서 2011년 61.6%로 8.9%포인트나 줄었다.
이 비율은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평균 4.1%포인트(73.1%→69.0%) 하락하는데 그쳤다. 독일(4.2%포인트), 미국(2.9%포인트)도 우리보다 훨씬 양호했다. OECD 주요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가계소득 비율이 두배 이상 하락한 것이다.
김 팀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에 대해 기업소득이 증가하는데 반해 임금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01~2011년 기업소득은 연평균 10.5%나 증가했지만, 가계의 임금은 연 7.2%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기업의 성장세에 견줘 고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같은 기간 제조업 실질 부가가치가 연평균 6.4% 증가하는 동안 취업자 수는 오히려 연 0.2%씩 줄었다"며 "수출ㆍ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이 낮아지며 기업 영업이익 증가율과 가계 임금증가율의 차이가 상당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영업 부진 역시 가계소득의 발목을 잡았다. 도소매ㆍ음식숙박업 등에서 경쟁이 심화하며 1990년대 10.2%에 달하던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1.5%로 급락했다.
또 가계부채가 급증해 가계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늘어난 것도 가계소득 증가율에 걸림돌이 됐다. 이자소득은 줄고 이자 지급은 늘어나면서 등 순이자소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가계가 가처분소득의 97.3%를 소비하고 있지만, 소득의 증가둔화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소비 비중(59.8%)은 OECD 평균(68.5%)에 미달하고 있다"며 "이는 내수 기반을 악화하고 설비투자를 저하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소득확대-소비증가-고용창출-인적자본 축적-성장지속-소득확대'의 선순환을 살리고 내수ㆍ수출 균형성장모형으로 전환하려면 고용창출 등 가계소득 둔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