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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달러짜리 백금주화 발행" 美는 지금 격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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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 재무부가 직권으로 무려 액면가 1조달러(약 1060조원)짜리 백금 동전 하나를 발행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매각한다. 이를 통해 부족한 연방정부 재정을 해결하자.”


‘재정절벽’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미국 정치권이 오랜 숙제인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에 또다시 직면한 가운데 기상천외한 발상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현실성을 놓고 논란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허를 찔린’ 공화당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백악관은 ‘동전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이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은 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9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부채한도 문제 해결에서 ‘플랜 B’는 없으며 의회에서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하는 한편 “자세한 건 재무부에 질문해야 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법적 절차로는 하자가 없다. 미국 화폐금융법(31 USC § 5112)에 따르면 재무장관은 법률로 정한 액면·크기·재질·도안에 따라 화폐를 주조·발행할 수 있다. 화폐의 발행은 FRB의 결정에 따라 재무부 산하 조폐국에서 이뤄지며, FRB가 액면가로 매입해 화폐의 유통을 관할한다. 원칙적으로 재무부가 재량으로 발행할 수 있는 것은 국채이며 정부 재정적자를 이유로 돈을 찍어내는 것이 금지돼 있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기에는 지폐, 금, 은, 동화에 대해서는 발행 한도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만 백금 통화에 대해서는 특별한 법적 제약 근거가 없다. 해당 법의 'k'항에서는 ‘재무장관은 자유재량에 따라 백금 통화를 발행할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원래 이 항목은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기념주화를 발행하기 위한 근거이나, 이 허점을 이용해서 재무부가 직접 주화를 발행해 재정을 충당한다는 발상이 나온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공화당이 미국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몰아넣으려 하는 상황에서 이는 어리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나섰다. 금융투자업계 전문매체인 ‘티커’의 조쉬 배로 선임에디터는 “유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진짜 유치한 것은 공화당”이라면서 “1조짜리 동전은 부채한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며,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지만 이는 상징적 조치이고 장기적 통화량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비판론도 거세다. 공화당의 그렉 월든 하원의원(오리건주)은 “정부가 부채 한도 협상을 피해가기 위해 백금동전 발행을 하지 못하도록 이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진보성향 온라인매체 ‘마더존스’의 블로거 케빈 드럼은 “법의 취지와 목적이 엄연한데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법의 구멍을 이용해 ‘아전인수’격으로 빠져나가면 그토록 비판했던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실정과 다를게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보다는 미국 수정헌법 14조에서 “법률로 인정된 국채의 법적 효력은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의회가 부채상한선을 결정하는 것 자체를 위헌으로 간주하고 의회 동의절차 없이 부채를 발행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 백악관 웹사이트에는 ‘1조달러 동전’ 발행을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2월까지 2만5000명이 서명하면, 백악관은 공식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백악관이 부채한도 상향의 시급함을 먼저 인정하면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는 공화당에 주도권을 내주는 셈”이라면서 현실화될 수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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