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브라질에선 화장실 휴지부터 성형수술까지 거의 모든 것이 할부가 가능하다. 심지어 장례식에 쓸 관까지도 신용카드 2개월 할부로 구매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이런 할부 문화가 브라질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소비시장으로 만들었지만, 매달 근근이 살아가는 브라질인들에게 저축을 생각조차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할부 문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관행적으로 할부로 카드를 긁어댄 결과 가계부채는 가계소득의 40%에 이른다. 이 같은 규모의 가계부채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부국인 브라질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파울로의 인스페르 경영대학의 리카르도 로차 경제학 교수는 “브라질인들은 매우 걱정스러운 소비자”라며 “이들은 저축을 하거나 일시불로 결제하는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차 교수는 브라질 전체 소매 부분의 80%가 할부를 통해 결제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로차 교수에 따르면 브라질의 할부 중독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용카드가 없던 당시 상점들은 브라질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은행환으로 물건값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을 제공했다. 브라질에서 신용카드는 10년 전부터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로차 교수는 “당시 상점들은 자체 금융회사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할부로 구매한 제품에 부과한 이자를 벌어 들였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브라질의 살인적인 인플래이션도 할부 구매를 부추겼다. 현재 인플래이션은 당국의 목표 아래 있고, 신용카드가 보편적인 결제수단 됐지만, 3500만명이 중산층에 편입되면서 할부 문화는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유통업체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2~60회까지 할부를 제공하며, 매달 조금씩 나눠 결제하는 것이 일시불 보다 이득인 것처럼 소비자를 유혹한다. 상점들은 대체로 ‘무이자 할부’를 내걸지만 보통은 물건값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일시불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은 할인을 요구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브라질인들은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고 타임즈는 전했다.
그 결과, 일시불로 결제할 만큼 통장에 여유가 있는 사람도 할부 결제를 하게되고 더 많은 구매 심리를 갖게돼 부채를 더욱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엿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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