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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기업의 '경조금 안받기'에 박수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LG그룹 임직원들이 협력ㆍ거래회사로부터 경조사 부조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5만원을 넘는 경조금을 받을 때 회사 윤리사무국에 신고토록 했는데 금액에 관계없이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임원급 자녀의 결혼 장소로 호화로운 곳을 피하고 사내 게시판 공지도 중단한다. 구본무 회장의 정도(正道)경영 의지에 따른 것으로 어기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신년사에서 밝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환영한다. 사실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하도급을 받는 협력ㆍ거래업체에 대기업 주요 부서 임직원의 경조사는 소홀히할 수 없는 행사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을(乙)의 관계인 납품ㆍ하청업체로선 절대적 갑(甲)의 위치인 대기업 임직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두툼한 봉투나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다른 대기업도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에게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축의금 한도를 5만원으로 하는 윤리규범을 만들었다. 삼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력사에서 경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경조사 자정 운동이 재계 전체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전경련과 경총,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


공직사회와 공기업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마침 공무원이 업무 관련 기업에 받은 축의금은 뇌물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관내 사업장의 산업안전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딸 결혼 때 업체 관계자 45명에게 받은 축의금 530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당사자는 '사교적 의례'임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개인적 친분이 없는데도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에게 문자와 청첩장을 보냈고 업체 관계자들이 축의금을 내지 않을 경우 입을지 모를 불이익을 우려한 점을 감안해 뇌물로 판단했다.

이참에 적어도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에게 축의금ㆍ부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회적 룰을 확립하자. 중소 하청ㆍ협력 업체들이 원청ㆍ납품 대기업 임직원과 자녀의 결혼식장이나 돌잔치, 상가를 찾아가야 하는 경제적ㆍ시간적 부담에서 벗어나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을의 위치에 있는 약자의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경제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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